배우자 속여 가장이혼 빙자한 실제 이혼은 무효

최정인 판사 “실제 이혼의도 알았다면 가장이혼 안 해” 기사입력:2008-04-08 16:12:27
부부 일방이 가장이혼을 빙자해 협의이혼을 했으나 나중에 실제 이혼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경우 그 협의이혼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A(51)씨와 B(여, 49)씨는 1987년 4월 결혼해 1남2녀를 두고 있었는데, A씨의 장기간에 걸친 투병생활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그런데 A씨는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던 남자와 아내 B씨가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하면서 이들 부부는 종종 다툼이 있었다.

그러던 중 B씨는 A씨에게 “가장이혼을 해 정부에서 기초생활보조금을 받아 생활하자”고 제의했다.

이에 생활고를 겪던 A씨는 아내의 뜻을 받아들여 지난해 2월12일 협의이혼을 하고 다음날 서울 동대문구청에 이혼신고를 마쳤다.

이후 B씨는 3개월 가량 전과 마찬가지로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더니, 지난해 5월 특별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간 뒤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

이에 A씨는 가장이혼이 아니라 자신을 속이고 실제로 이혼한 것에 화가나 B씨를 상대로 이혼무효 소송을 낸 것.

서울가정법원 가사10단독 최정인 판사는 최근 A씨의 이혼무효 청구를 받아들여 “원고와 피고가 구청에 신고한 이혼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기초생활보장을 받기 위해 가장이혼을 하자고 제의해 이혼신고를 마친 뒤 불과 석 달 만에 뚜렷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가 가족들에게 소식을 끊은 점 등에 미루어 볼 때, 이혼을 제의한 피고에게는 정부보조를 받기 위한 목적 외에 혼인관계를 실제로 해소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 판사는 반면 “원고로서는 장기간의 투병생활로 혼자서는 자녀들을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데다가 피고의 남자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피고에게 실제로 이혼할 의도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이혼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판사는 그러면서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이 사건 이혼은 피고의 기망에 의한 것으로서, 민법 제838조의 취소사유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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