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성추행범, 1심 집행유예→항소심 법정구속

“아이들과 부모들이 걱정을 덜기 위한 엄벌은 법원의 책무” 기사입력:2008-04-06 20:57:08
어린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1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으나, 항소심 법원이 유사 모방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1심 판결을 깨고 법정 구속했다.

정OO(51)씨는 지난해 10월14일 오후 5시경 충주시 주덕읍 J아파트 14층에 자장면을 배달한 후 계단으로 내려오다가 13층에서 친구들과 술래잡기 놀이를 하던 A(6·여)양이 15층과 16층 계단에서 숨는 것을 보았다.

이에 정씨는 A양에게 옷을 제대로 입혀주겠다며 접근한 뒤 오히려 옷을 모두 벗기고 강제 추행했다. 정씨는 자장면 그릇을 찾으러 갔다가 A양을 보자 또 추행하기도 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전광식 부장판사)는 지난 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13세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로 구속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또 2년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나이 어린 여자아이를 2회에 걸쳐 성추행한 것으로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이처럼 아동 대상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충격을 주고,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크나큰 고통을 준다는 점에 비추어 엄벌에 처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노모와 베트남 국적의 처 및 3자녀(그 중 딸 쌍둥이는 입양해 친딸처럼 키워왔다)를 부양하면서 어려운 가정·경제상황 속에서도 그 동안 성실히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또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면서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속죄하는 모습을 보였고, 피고인의 가족 역시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들과 합의함으로써 최선을 다해 피고인의 잘못을 인한 피해를 보상하고자 노력했고, 피고인의 이웃들 역시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같은 점 등을 참작해 보면,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격리하기보다는, 보호관찰이라는 일정한 제약 하에 다시 사회로 복귀하되 사회봉사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범죄의 회전문적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주어야”

그러자 검사가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4월2일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성폭력범죄는 의사판단 능력이 아직 취약해 범행을 당한다는 의미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적·물리적 저항능력이 극히 미약한 6세 여아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범행 자체가 비열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성범죄의 충동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그것을 언제나 형을 가볍게 하는 양형사유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특히 50세인 피고인이 6세 여아에게 성적욕구를 갑자기 느꼈다는 비정상적 성충동이 외부적으로 표출해 범행을 감행까지 했다는 것 자체가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 인자가 내재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위험 인자를 해소시켜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일정기간 피고인을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은 이 사회의 안녕은 물론, 피고인의 건강한 사회복귀 모두에게 두루 도움이 되는 합당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단순 수감, 격리, 석방, 재범으로 이어지는 범죄의 회전문적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 끊어주어야 한다”며 “교정당국 역시 과학적, 치료적 교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들 성범죄자들에 대한 치료적 교정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범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재범억제를 위한 치료적 교정 비용과 비교해 엄청나다는 점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며 “연쇄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가 그 정교한 범행수법을 이전 수감생활에서 전수 받았다는 고백에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가 놀라서 입을 다물 길이 없다”고 주위를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1심이 ‘피고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자녀 양육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음주에 의존해 이를 해소하려는 잘못된 대처방법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 사유를 들어 집행유예로 석방한 것은 성범죄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피고인이 피해 어린이의 부모와 합의한 점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중요한 사유가 됐을 텐데 그러나 피고인이 합의를 하고 용서를 받은 것은 피해자의 부모일 뿐”이라며 “합의가 의사판단과 저항능력이 미약한 어린이를 상대로 비열한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의 석방여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결정적인 요인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어린이 대상 성범죄는 유괴, 감금이나 피해자의 신체나 생명을 위협하는 흉포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한 사회적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를 성범죄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시도 그 자체를 근절할 필요가 있다

이어 “현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강력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이들 잔인한 범죄로 인해 현재 우리 사회의 공분과 우려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며 “유사 모방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일반예방적 선제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불행 중 다행으로 단순 성추행으로 끝났지만 죄질의 사회적 위험성을 감안해 볼 때 상당한 단죄가 따른다는 인식을 사회 일반에 확산시켜 잠재적 범행 충동을 억제시킬 필요가 있다”며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의 걱정을 덜고 우리 사회의 평온을 회복시킬 수 있도록 엄한 처벌을 확보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법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에게 1심이 선고한 형량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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