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대가의 제자인 것처럼 행세해 묘지로 쓸 ‘명당’ 자리를 소개해 주고 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풍수지리연구원 원장에게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 종로에서 풍수지리연구원을 운영하던 전OO(51)씨는 풍수지리연구의 대가인 고(故) 장익호 선생의 제자가 아님에도 제자를 사칭했다.
풍수지리는 특별한 학위나 전문가 양성과정 등이 없어 누구로부터 배웠는지가 전문가 여부를 판별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풍수지리업계의 풍토를 악용한 것.
그러던 중 2005년 9월 선친의 묘를 이장하기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하다가 자신을 찾아 온 A씨에게 “내가 장익호 선생의 제자다. 명당에 묘지 혈(땅의 정기가 모여 묏자리로서 좋은 곳)을 잡아 주겠다”며 충남 홍성에 있는 임야를 소개해 주고, ‘명당’ 소개비로 7,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박영래 판사는 지난해 10월 사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10년 이상 나름대로 문헌 현장답사 등을 통한 풍수지리 연구, 저술 및 강연 등 왕성한 활동을 해 오면서 풍수지리연구원을 운영하는 점에서, 비록 풍수지리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의 실력과 지명도를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어 어느 정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가 사무실을 방문해 풍수지리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으나, A씨는 당시 피고인이 스승이라고 칭하는 장익호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며 “피고인이 장익호의 제자를 사칭한 것은 자신의 경력이나 실력을 다소 과장한 정도에 불과할 뿐 이로 인해 A씨가 피고인을 풍수지리 전문가로 인식하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어느 특정 지점이 ‘명당’인지 여부는 풍수지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고, 특히 풍수지리의 이론적 시각에서 보더라도 명당자리 중 어느 지점이 묘의 혈에 해당하는지는 각 유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내세운 증인들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소개해 준 임야가 풍수지리 관점에서 좋은 자리에 해당하는 만큼, 피고인이 풍수지리에 관해 전문적 지식 없이 피해자를 기망해 명당이라고 지정해 줬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지난 1월 “1심이 무죄라고 판단한 조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가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 착오,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피고인이 장익호의 제자임을 사칭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해자는 당시 피고인이 스승이라고 칭하는 장익호가 풍수지리학회에서 어떠한 존재를 차지하는 인물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던 만큼 피고인이 장익호의 제자를 사칭한 것은 자신의 경력과 실력을 다소 과장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로 인해 피해자가 피고인을 풍수지리 전문가로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에게 ‘묘의 혈을 잡아 주는 비용’ 명목으로 7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유명풍수가 제자 사칭해 명당 값 받은 50대 무죄
대법 “자신의 경력과 실력을 다소 과장한 것에 불과” 기사입력:2008-04-02 1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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