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 유언장에 날인이 있어야 효력을 인정하는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사회사업가 김OO씨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가 123억원의 예금을 은행에 맡겨놓은 채 2003년 11월5일 직계 존ㆍ비속 없이 숨졌는데, 은행 대여금고에서 자필로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언장에는 “본인 유고시 모든 예금 등을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에 기부한다”는 취지의 전문과 연월일(1997년 3월8일), 주소, 성명이 망인의 자필로 기재돼 있었으나, 날인은 없었다.
숨진 김씨의 형제와 조카 등 유족 7명은 2003년 12월 “위 유언은 민법 중 ‘날인’ 요건이 흠결돼 효력이 없으므로, 망인 명의의 예금은 상속인들에게 상속됐다”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청구소송을 냈다.
연세대는 유언장을 근거로 유산이 학교 재산이라며 소송의 독립당사자로 참가했다.
연세대는 “유언장의 하단에 서명을 통해 평소 재산의 사회 환원을 중시하던 망인의 진의가 확인됐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이 있다”며 유산이 학교 재산이라며 독립당사자로 소송에 참가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 있어서 서명이 돼 있지 않은 경우뿐만 아니라, 날인이 누락돼 있는 경우에도 적법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은 없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도 지난해 9월 “은행에 맡겨진 123억원의 출금 권리는 유족에게 있다”며 원심을 확장하자, 연세대가 헌법소원을 청구한 사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3월28일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민법 제1066조 제1항 중 ‘날인’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먼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유언자의 사망 후 그 진의를 확보하고, 상속재산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해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며, 상속제도를 건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증인이나 제3자의 관여를 요구하지 않아 위조나 변조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유언자의 사후 본인의 진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방식을 구비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다”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우리나라에서 인장은 의사의 최종성을 표현하고 문서의 완결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다”며 “이 같은 법의식 내지 관행에 비춰 자필서명만으로는 당사자의 최종적인 진의를 확보하고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고려에 입각하고 있어 동일한 기능을 가진 두 가지 방식을 불필요하게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언장에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기본권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며,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보장되는 유언자의 재산권과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함에 있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제시한 김종대 헌법재판관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날인을 요구하는 목적은 유언장의 전문의 자서와 성명의 자서에 의해서 충분히 달성되므로 날인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게 중복적인 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최소침해성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했고, 또한 침해되는 법익과 보호되는 공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어 법익 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반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날인 없는 유언장 무효…123억 날아간 연세대
헌법재판소, 민법 조항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 기사입력:2008-03-30 12: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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