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추락사고…자살 증거 없으면 보험금 줘야

서울중앙지법 “면책사유 해당 여부는 보험사가 입증해야” 기사입력:2008-03-29 19:46:04
술을 마신 상태에서 육교 난간에서 뛰어내렸더라도 자살 시도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친구와 술을 마신 이OO(42)씨는 2006년 9월26일 새벽 2시 30분경 인천 숭의동에 있는 육교에서 난간(그물 모양의 철망으로 이루어진 약 2m 높이)을 넘어 10m 아래로 추락해 척추 손상, 경추 탈골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현재 사지마비 상태다.

이씨가 보험에 가입한 L보험회사는 “이씨가 의도적으로 난간에 올라가 10m 아래의 전철 선로로 뛰어내려 발생한 것이므로, 고의 또는 자살미수에 인한 사고에 해당하는 만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L보험사가 “자살을 시도한 만큼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이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보험사가 면책규정을 적용해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며 “이 사건의 경우 이씨가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가 사고 당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직장에 다니고 일정한 수입을 올리면서 별다른 문제없이 지내온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이씨가 고의로 자신에게 상해를 가하거나 자살을 시도할 동기나 징후가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경험칙상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육교 가운데에서 난간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당시 이씨가 술에 만취한 상태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육교를 걸어가던 중 눈앞에 난간이 마주치자 단순히 이를 넘어가고자 하는 생각에서 난간에 올랐다가 추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보험계약에서 면책사유로 정한 피보험자의 고의 또는 자살미수로 인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보험사는 이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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