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남은 자식 잘 키워라”…철없는 부부 선처

황중연 판사, 기아로 3세 아들 숨지게 한 20대 부부 집행유예 기사입력:2008-03-24 10:50:59
어린 아들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등 건강에 이상 징후를 보임에도 그대로 방치해 결국 기아로 숨지게 한 철없는 20대 부부에게 남은 자식이나마 충실히 키워 죄값을 대신하라며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양OO(여·25)씨와 이OO(26)씨는 2003년 12월에 태어난 아들이 2006년 11월부터 식사를 거의 하지 못하고 몹시 야위는 등 이상 징후를 보임에도 병원 진료를 받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결국 기아로 사망하게 했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황중연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이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어린 나이에 결혼해 부모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정도의 인격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아들을 출산한 후, 식사를 거의 못해 몹시 야윈 아들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해 빚어졌다”며 “그렇다고 해서 이상 징후를 보이는 아들을 그대로 방치해 죽게 한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 중 어느 쪽의 책임이 더 큰지 굳이 따지자면 사건이 발생할 당시 1주일에 1일 가량의 휴무를 제외하고 매일같이 출근하던 피고인 양씨보다는 당시 고정적으로 출근하는 직장이 없어 주로 집에 있던 피고인 이씨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 판사는 “그러나 피고인들에게는 부양해야 할 또다른 어린 아들이 있고, 현재 피고인 이씨가 벌어오는 월 150만원 가량의 수입에 의존해 생활하는 상황에서 피고인들 모두 혹은 피고인 이씨에게 실형을 처한다면, 피고인들의 가정은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판사는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감안해, 피고인들이 남은 아들(2세)이나마 충실히 양육해 지난 과오를 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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