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행위 적나라해야 음란동영상 처벌”

벌금 700만원 유죄 인정한 원심 깨고 무죄 판결 기사입력:2008-03-23 18:38:47
포털사이트에 올려진 동영상이 성교나 여성의 자위 장면 등을 묘사했더라도 음모 노출 등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면 음란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동영상 콘텐츠제공업체인 P엔터테인먼트 대표 김OO(45)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2곳에 동영상을 제공하고 정보이용료의 50%를 받는 동영상 제공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 다음 2004년 8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전라의 남녀가 성관계를 맺는 장면 등이 담겨있는 동영상 등 12편을 포털사이트 VOD 성인페이지에 게시하고, 시청자에게 1편당 2000원의 요금을 받고 매월 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 인해 김씨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음란물유포)로 기소됐다. 그러자 김씨는 “이 사건 영상물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18세 관람가로 등급분류 결정을 받은 만큼 더 이상 음란성여부를 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6년 1월 서울중앙지법 이병세 판사는 김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12편의 영상물들은 호색적 흥미를 돋울 뿐 전혀 예술성을 논할 수 있는 수준에 있지 않고, 또한 성에 대한 호기심을 매개로 한 돈벌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포르노에 비해 노출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이 사건 영상물들을 음란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급분류결정을 받았음을 이유로 더 이상 음란성을 논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등급위의 결정은 존중돼야겠지만 등급위가 음란 문제에 관해 최종적 판단을 내리거나 그 문제에 관해 면죄부가 주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최종적 판단은 사법부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씨가 항소했고, 2006년 5월 서울중앙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강원 부장판사)는 김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대로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동영상은 호색적 흥미를 돋우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예술의 성격을 전혀 갖고 있지 않아 예술성에 의해 음란성이 완화된다고 보기 어렵고, 인터넷에 공연전시되는 경우 일반인의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미숙한 아동과 청소년이 시청하는 경우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것이므로 음란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되돌려 보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음란성이 인정되려면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춰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화적·예술적 가치 등을 갖지 않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동영상은 주로 성교나 여성의 자위 장면 또는 여성에 대한 애무장면 등을 묘사한 것이기는 하지만, 남녀 성기나 음모의 직접적인 노출은 없고 여성의 가슴을 애무하거나 팬티 안이나 팬티 위로 성기를 자극하는 장면을 가까이에서 촬영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동영상들은 전체적으로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넘어서 형사법상 규제 대상으로 삼을 만큼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해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동영상이 아동이나 청소년을 유해한 환경에 빠뜨릴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이는 엄격한 성인인증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강제하는 등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이지, 그러한 위험성만을 내세워 비디오물과 인터넷 동영상의 음란 여부에 대해 달리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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