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情에 관용 베푼 법원…아들 살해 노모 선처

항소심 “50년간 왜소증 아들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 기사입력:2008-03-21 10:24:40
왜소증을 앓는 아들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 오다가 심한 낭비벽을 훈계하던 중 실수로 과도에 찔려 아들을 숨지게 한 70대 노모에게 항소심 법원도 관용을 베풀어 선처했다.

대학교수를 아버지를 둔 박OO(49)씨는 장남으로 태어났으나 어릴 적부터 왜소증(키 110cm)을 앓고 있어 주변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과 냉대 등으로 정상적인 학교 및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박씨는 무분별한 낭비벽으로 2억원의 빚을 지며 유흥비로 탕진했으나, 부모는 박씨를 가엾이 여겨 빚을 모두 갚아줬다.

또 전세보증금 3,000만원의 아파트와 보증금 800만원인 구두수선점을 마련해 주며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시켜 구두수선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도록 했다.

하지만 박씨는 구두수선 일을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며, 어머니로부터 매월 100만원의 생활비를 타서 썼다. 뿐만 아니라 박씨는 수입도 없으면서 핸드폰 3개와 자동차 2대를 할부로 구입한 뒤 이를 되팔며 자신의 유흥비로 탕진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3월24일 박씨의 어머니 김OO(72)씨는 아들의 낭비벽이 심하고, 예상했던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했다.

마침 과도를 들고 소파 위에 앉아 있는 박씨를 훈계하던 김씨는 “이놈아, 너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고 엄마를 너무 속여 왔다. 할부차량을 구입해서 마음대로 팔고 할부금을 넣지 않으면 사기꾼이다. 자수해라”고 꾸중했다.

그런데 박씨가 몸을 일으켜 소파에서 일어나려 하다가 불행히도 몸의 중심을 잃고 꼬꾸라져 김씨가 들고 있던 과도에 심장이 찔려 사망하고 말았다. 박씨는 키가 작고 팔과 다리가 짧은 왜소증 장애인이어서 앞으로 중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씨는 아들을 살해한 혐의(과실치사 등)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모정(母情)을 배려해 선처했다.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 한재봉 판사는 지난해 11월 김씨에 대해 징역 6월의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한 판사의 판결문은 구구절절 해 심금을 울렸다. 한 판사는 먼저 “피고인은 왜소증을 앓는 아들의 신체장애를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지난 50년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고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피해자는 평소 자신의 신체장애만을 탓한 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전혀 갖지 못하고, 낭비벽마저 매우 심해 수시로 사채를 빌려 쓰고 가출하는 등 무절제한 생활을 반복했다”고 불효를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낭비벽으로 생긴 빚을 갚아주고, 아파트와 생계수단도 얻어 주고 결혼까지 시켜주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무위도식하면서 사채를 빌려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가장으로서 지극히 무책임한 생활을 계속 했다”고 덧붙였다.

한 판사는 “굳이 법률적으로 피고인을 가해자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옛말에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며 “어찌 보면 피고인도 장애 아들을 둔 운명 때문에 평생을 죄인 아닌 죄인으로서 남몰래 눈물을 삼키며 살아왔고, 아들의 죽음으로 누구보다도 가장 큰 슬픔과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또다른 피해자”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인용했다. 한 판사는 “피고인이 평생을 어떠한 잘못도 저지르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 왔는데, 이 사건으로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하늘로 돌아가는 날’까지도 결코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겼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여기에다 며느리인 망인의 처가 관대한 처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의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그다지 무겁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피고인에게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범행에 있어 피고인의 과실도 중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구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찬우 부장판사)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대로 징역 6월의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으나, 피고인이 아들의 무분별한 낭비생활에 대해 훈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등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인 아들은 왜소증을 앓고 있는 신체장애인으로서 피고인이 아들을 50년 가까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점, 며느리인 피해자의 처가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할 때 1심 형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베스트클릭 〉

주식시황 〉

항목 현재가 전일대비
코스피 6,912.37 ▲104.16
코스닥 837.65 ▲10.78
코스피200 1,088.61 ▲17.45

가상화폐 시세 〉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0,079,000 ▼188,000
비트코인캐시 373,600 ▲1,900
이더리움 3,463,000 ▼11,000
이더리움클래식 10,810 ▼30
리플 1,969 ▼7
퀀텀 1,182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0,152,000 ▼1,000
이더리움 3,462,000 ▼14,000
이더리움클래식 10,810 ▼40
메탈 328 ▲5
리스크 136 ▲1
리플 1,970 ▼5
에이다 294 0
스팀 62 ▲0
암호화폐 현재가 기준대비
비트코인 110,090,000 ▼180,000
비트코인캐시 373,900 ▲4,800
이더리움 3,464,000 ▼12,000
이더리움클래식 10,810 ▲30
리플 1,969 ▼5
퀀텀 1,182 0
이오타 64 0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