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블로그에 특정 후보를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한 네티즌에게 무죄가 선고된 데 이어,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정치뉴스 기사에 특정 정당과 후보를 반대하는 댓글을 올린 네티즌에게도 처음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들 판결로 네티즌들의 정치 비판에 대한 의견 개진에 공직선거법이라는 족쇄(?)가 풀려, 앞으로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나 저속한 비방이 아닌 건전한 비판은 더욱 탄력을 받아 활성화 될 전망이다.
먼저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후보를 비난하는 기사를 12회에 걸쳐 자신의 블로거에 게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임OO(4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인적인 일상, 취미, 관심사 등을 기록 및 수집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온 피고인이 이명박 후보를 비난하는 12개의 글을 블로그에 올린 행위는 자신의 관심사의 하나로서 정치·선거 관련 글을 수집해 게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네티즌들이 이를 열람해 선거와 관련된 어떤 영향을 받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피고인의 이런 행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피고인의 행위가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 뉴스기사에 특정 후보와 정당 반대 댓글 올린 네티즌 무죄
또한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는 19일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특정 정당과 후보를 반대하는 댓글을 올린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은행원 손OO(4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손씨는 지난해 9월5일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정치뉴스의 <‘경선무효’ 박사모, 강재섭·박관용 고발>이라는 기사에 “비리 백화점, 범법자, 위장 전입자, 이런 자가 대통령 후보? 당나라당, 성희롱당이 아니고서는 이런 후보를 뽑을 수 없지!”라는 댓글을 다는 등 17회에 걸쳐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대해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다른 언론매체와 달리 누구든지 쉽게 접근가능하고 반론의 기회가 보장되는 표현 매체인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이버상의 각종 공개토론 공간에서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비판을 비롯한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이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정당과 관련 없는 일반시민으로서 뉴스기사에 댓글을 다는 행위가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위법행위라는 것을 인식할 계기가 특별히 없었던 상황에서 단순히 정치적 의견을 개진한다는 소박한 생각에 댓글을 올린 것으로 피고인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의 범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법률전문가들조차도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의 금지범위에 대해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위 규정은 반사회적 행위를 제한하기보다는 법 기술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도 그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회통념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댓글을 게시한 행위는 선거에 관련한 뉴스기사에 자신의 단순한 정치적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한 것에 불과할 뿐, 피고인에게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주권자인 국민이 공무담임자를 선출하는 공직선거가 하나의 즐거운 잔치가 되어야 함에도, 선거권자인 일반시민들이 포털사이트의 선거뉴스에 댓글을 달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글을 게시했다고 해서 이를 범죄의식을 갖고 행했다고 보는 것은 법의 기본인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이 게시 글의 내용이 지나치게 과도하거나 저속한 또는 다량의 게시자만을 골랐다고 해도 결국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민을 기소되지 아니한 범법자로 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게시 글의 내용이 허위사실 유포나 후보자 비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하지만, 바르지 않은 사이버 문화로 인해 인터넷이 정치의 쓰레기장으로 돼 가고 있다고 해서 최소한으로 억제되어야 할 국가의 형벌권이 곧바로 작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네티즌 정치 비판 활짝…족쇄 푸는 판결 잇따라
블로그와 댓글에 특정 후보와 정당 비판 글 올린 네티즌 무죄 기사입력:2008-03-20 21: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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