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된 은행통장의 개설자들에게 사기 피해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보이스피싱 주범이 아닌 방조자에게도 민사상 책임을 물게 함으로써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일정부분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원도 양구에 사는 김OO(63)씨는 지난해 8월28일 모르는 남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A씨는 자신을 검찰청 직원으로 소개하면서 김씨에게 “카드 350만원이 연체됐다. 잠시 후 검찰청 검사실로부터 확인 전화가 갈 것”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잠시 뒤 다시 전화를 건 A씨는 김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주면서 “연체 중인 카드대금을 은행에서 인출할 수 있다. 다른 예금도 위험할 수 있으니 우리가 보안장치를 해 주겠다”고 하면서 통장 잔액을 물었다.
이에 깜짝 놀란 김씨가 묻는 대로 답하자, A씨는 “은행 직원도 한통속이니 믿지 말라”라고 하면서 통장에 들어있던 예금을 다른 자신이 불러주는 통장으로 이체시키라고 하면서 4930만원을 빼냈다.
이를 찜찜하게 생각한 김씨는 은행에 문의하자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말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다른 4명의 은행계좌에 김씨의 돈을 분산 이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씨는 통장을 빌려줘 자신의 돈이 그 통장으로 이체되게 한 4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춘천지법 민사4단독 홍기만 판사는 지난 18일 김씨가 범행에 악용된 은행통장 개설자 권OO(여·25)씨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가 입은 피해액 4930만원 전액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홍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빌려준 은행계좌가 범죄에 악용된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직원을 사칭한 A씨에게 은행통장을 개설해 주고 그 댓가를 받은 만큼 사기 범행을 방조 내지 가담한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들은 연대해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통장 빌려준 사람도 손해배상책임
춘천지법 “보이스피싱 범죄에 제동 일부 걸릴 듯” 기사입력:2008-03-20 19: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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