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권총으로 죽이겠다’는 경찰관 해임 정당

서울행정법원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위반 인정돼” 기사입력:2008-03-20 11:11:36
경찰관이 사법시험준비를 위해 허위 사유로 휴직신청을 하고, 또 이혼한 전처와 위자료 및 혼수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권총으로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다면 ‘해임’ 징계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S경찰서에 근무하던 경찰관 강OO(37)씨는 선배의 소개로 서울 J구청에 근무하던 이OO씨를 만나 2005년 11월 결혼했으나 2006년 5월 협의 이혼했다.

당시 강씨는 이씨와 이혼하면서 위자료 3000만원을 주기로 약속하고도 100만원을 줬을 뿐 나머지 위자료를 주지 않았다. 이에 이씨는 강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강씨의 아파트를 가압류했다.

그런데 강씨는 지난해 3월15일 이씨가 결혼하면서 가지고 온 혼수품을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씨의 친정으로 보냈다. 하지만 이씨가 받지 않고 돌려보내자 강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과 함께 “법이 앞서는지 주먹이 앞서는지 어디 한번 해보자. 네 집안 식구들 권총으로 다 죽여 버릴 테니까”라고 협박했다.

이에 이씨의 아버지는 현관문 열쇠를 바꾸고, 강씨가 근무하는 지구대와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찾아가 이 같은 사정을 말하면서 강씨가 총을 가깝게 할 수 없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강씨를 협박죄로 검찰에 고소하자, 강씨도 모욕죄로 장인을 고소했다.

사건은 더욱 꼬여갔다. 강씨는 3월27일 이씨의 혼수품을 화물차에 싣고 이씨가 근무하는 J구청에 간 뒤 혼수품을 내리면서 화물차 전면 유리에 “기획예산과 이OO씨 짐 찾아가세요”라는 종이를 붙였다.

이씨의 부탁을 받은 동료들이 혼수품을 화물차에 다시 싣자, 강씨는 이들에게 심한 욕설을 하면서 소란을 피웠고, 나중에는 이씨의 동료를 절도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한편 강씨는 2급 장애인인 어머니의 병간호를 한다는 명목으로 1999년 8월 24일부터 2000년 5월27일까지, 또 2000년 7월22일부터 2006년 3월21일까지 2회에 걸쳐 휴직을 했는데, 실제로는 사법시험 준비를 위해 휴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S경찰서 보통징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강씨에 대해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강씨는 이에 불복해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내용의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이 역시 기각 당하자 소송을 냈다.

강씨는 “2회에 걸쳐 휴직신청을 한 것은 어머니가 2급 장애인으로서 왼쪽 팔다리를 쓰지 못하고 거동을 할 수 없어, 도움 없이는 병원치료를 받으러 갈 수 없는 형편이어서 부득이하게 한 것이지, 사법시험 준비를 위한 목적으로 허위로 휴직신청을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비위 사실들은 전처와의 개인적인 싸움에서 비롯돼 당시 순간적으로 흥분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것이고,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경찰서장 표창을 2회 받는 등 성실히 근무해 왔으며, 2급 장애인인 어머니 등 부양가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임은 비위 정도에 비해 너무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엄격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는 강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법시험준비는 휴직 사유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허위의 휴직 사유로 휴직한 것은 성실의무를 위반해 직무를 태만히 한 행위이고, 또 전처인 이씨가 제기한 민사소송 등을 모면하고자 이씨와 그 가족에게 경찰관으로서 휴대할 수 있는 총을 운운하며 신체의 안전을 위협함으로써 협박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이씨를 직장동료들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 계획적으로 혼수품을 이씨가 근무하는 구청에 싣고 가 소란을 피워 이씨의 명예를 훼손했으며, 이씨의 동료 및 장인 등을 형사 고소하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는 경찰관으로서 고도의 성실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직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으로 사람의 안전을 위협했던 점, 이씨에게 망신이나 고통을 주기 위해 직장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면서 이씨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 점, 이런 행위들이 원고의 주장처럼 일시 흥분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여기에 2회에 걸쳐 장기간 허위 사유로 휴직을 받아 경찰관으로서 담당해야 할 직무를 회피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제반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이 객관적으로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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