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화장실서 대변보다 숨져도 업무상 재해

대법 “화장실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내에 있어” 기사입력:2008-03-13 10:40:59
공사현장 소장이 자신의 사무실 내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망인의 사망은 이른바 ‘발살바 효과(Balsalva effect)’. 이는 숨을 멈추고 아랫배에 힘을 주면 심장 내로 들어오는 혈류를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심박출량이 줄게 돼 관상동맥으로 향하는 혈류의 양도 감소되기 때문에 뇌에 산소송급이 일시적으로 차단돼 의식을 잃는 현상.

S(당시 41세)씨는 도로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중 2003년 7월 동료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소주 1잔씩 나눠 마셨다.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답답함을 느껴 식사를 하지 못한 채 먼저 자리를 빠져나와 공사현장 사무실에 있는 화장실 좌변기에 앉아 대변을 보았다.

하지만 이후 S씨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은 채 비스듬히 쓰러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S씨는 사망 직전 당시 현장사무실에서 공사과장인 부하직원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하직원에게 “가슴이 따끔거린다. 총무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이에 S씨의 아내인 이OO씨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신동승 부장판사)는 2005년 12월, 그리고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9특별부(재판장 박삼봉 부장판사)는 2006년 10월 “S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도 “S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만큼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이씨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S씨가 사무실 내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 갑자기 사망한 점, 사망 시점은 현장소장실에서 부하직원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이고, 현장사무실 내의 화장실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내에 있는 곳인 점 등에 비춰 볼 때 망인의 배변 행위는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행위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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