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정상곤(54)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에게 법원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잘못을 뉘우치며 뼈저리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며 따끔한 질책과 훈계 그리고 격려도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근무하던 정씨는 탈세제보를 받아 2곳 건설회사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던 2006년 8월 청장 접견실에서 건설회사 실제 사주 김상진씨로부터 “세무조사를 다른 곳으로 확대하지 말아주고, 세금 추징액을 줄여주면 은혜를 갚겠다”는 부탁을 받고 현금 1억원을 받았다.
또한 정씨는 2006년 7월5일 전군표씨가 국세청장으로 내정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자택으로 찾아가 “향후 인사에서 잘 봐달라”며 현금 2000만원을 건네는 등 6차례에 걸쳐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942만원)의 뇌물을 제공했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수수)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피고인이 지방국세청장으로서 세무조사를 받고 있던 건설업자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받고, 또 자신의 인사청탁과 관련해 국세청장에게 80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국가 재정의 기초가 되는 조세의 부과징수권을 행사하는 국세청의 최고위급 간부이자 부산·울산·경남·제주 등 주요 경제권역에 대한 세정을 책임지고 있으면서 그 휘하의 2500명 조세공무원을 지도·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공직자로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질책했다.
또 “거기다가 30공직기간 동안 대통령표창과 훈장을 받고 국세청 내에서도 ‘인품이 훌륭하고 원만하며 존경받을 만하다’는 평을 받아 오던 피고인이 승진을 위해 정치인에게 인사청탁을 하거나, 인사권자인 국세청장에게 금품을 제공하는가 하면, 심지어 건설업자인 김씨를 통해서도 자신의 인사문제를 상의한 정황은 안타깝고도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꾸짖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로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뼈저리게 반성하는 모습에는 격려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한평생에 오점으로 남을 뼈아픈 과오를 통렬하게 참회하면서, 뇌물수수를 부인하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의 대질신문 등 힘들고 고달픈 과정을 담담하게 견디면서, 허다한 수모와 곤혹스러움을 감내하기도 하고, 고위공직자로서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상실의 아픔을 기꺼이 껴안고, 자기정당화의 유혹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실만을 이야기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다른 일반 수형자들과 혼거수용을 자청하는 등 수형생활을 통해 스스로 불편을 감수하고 수많은 불면의 밤을 지새우면서, 또 건강상의 문제를 크게 내색하지 않고 과거의 죄과를 달게 받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나타내 보이고 있어, 비록 죄는 크지만 잘못을 뼛속 깊이 뉘우치면서 자신을 벌하고 있는 이상 형량에 참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고인이 30년의 오랜 기간 공직에 있으면서, 세정발전을 위해 기여한 점은 비록 한 순간의 잘못을 저지르고 영어의 몸이 됐지만 누구든 이를 함부로 폄하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죄와 벌을 형량하는 과정에서 앞서 본 철저하고 뼈저린 반성을 참작해 벌을 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작량감경 사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훈계와 격려의 메시지도 보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스스로 통탄한 자신의 과오를 통해 상당 부분의 명예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후 온갖 어려움과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말함으로써 정직한 인품의 공직자라는 명성을 대부분 회복했으며, 이제 지난 잘못을 딛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은 기질상 본래 연약한 존재로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그 실수를 아무런 조건 없이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은 과거의 실수가 앞날에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너무나도 단순 명료한 진실의 고백이 사람에 따라서는 쉽지 않다는 것임을 관련 사건을 통해 보면서, 피고인은 진실고백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잠시 설 땅을 잃었지만, 이를 회피하지 않은 이상, 자기 자신을 지킨 것이며, 이윽고 바로 그 자리에서 삶의 중심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격려했다.
뼈저리게 반성하는 정상곤…법원, 훈계와 격려
“용기 있는 사람 과거 실수 앞날에 문제 될 수 없다” 기사입력:2008-02-29 12: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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