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은 21일 열린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은 다른 공직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법관에게 주어진 명예와 존엄성의 표상”이라며 법관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재판에 임할 것을 강조했다.
▲ 이용훈 대법원장 그는 먼저 “헌법에서 법관의 신분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은 법관 개개인이 다른 국가기관이나 외부세력은 물론 사법부 내부로부터도 직접적 통제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법의 생명인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자는 데 취지가 있는 것”이라고 법관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제 여러분은 이처럼 영예로운 대한민국 법관이 됐다”며 “오랜 기간 꾸준히 정진한 결과이므로,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은 다른 공직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법관에게 주어진 명예와 존엄성의 표상”이라며 “하지만, 이는 법관 개인의 특권이 아니라, 법치와 자유 보장에 필수불가결한 권력분립의 원칙을 관철하고,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의 초석인 사법제도가 그 기능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적 장치”고 설명했다.
또 “이처럼 객관적 제도로서 법관의 독립이 보장된다고 해 저절로 법관 개개인이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립해 심판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며 “법관의 재판진행이나 판결에 대해 시시때때로 공개적 비판이 가해지고 있고, 각종 단체와 이익집단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 하기도 하고, 이런 활동들이 재판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해도,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 범위에 드는 이상 이를 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관이 외부적 압력에 맞서 재판의 독립을 지켜내려면 자신이 받은 소명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헌법과 법률, 양심에 비춰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며 “법관이 이런 덕목들을 갖추지 못하면 그 어떤 제도적 장치로도 재판의 독립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관은 양심에 의지해 재판의 독립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에서 객관적인 직무상의 양심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양심을 혼동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이 객관적인 법적 양심을 저버리고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양심에 치우친다면 재판은 독단으로 흘러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을 것이며, 그 결과 사법권은 존재이유와 존립근거를 모두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법관은 당사자와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결론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의 독립을 지켜내는 일은 이토록 어려운 과업”이라며 “여러분은 객관적 제도로서 사법의 독립이 갖는 의미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여러분에게 부과된 신성한 책무를 올바르게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여러분이 어려운 사법시험 관문을 통과하고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예비법조인으로서 실무교육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것으로 법관의 소임을 다할 수 있다고 자신해서는 안 된다”고 자만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그는 또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말이 있는데, 판결문이 재판의 결과와 논리를 담은 중요한 문서이기는 해도 결코 재판의 전부일 수는 없다”며 “재판의 본질적인 모습은 오히려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변론과 입증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에서 법원과 당사자간에 대화와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법률전문가들 특유의 논리와 언어로 기술된 판결문만으로는, 그것이 아무리 옳다 한들, 당사자를 설득하거나 승복시킬 수 없다”고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의를 역설했다.
그러면서 “법관이 기록을 보는 것은 판결문을 작성하기 위한 것이기 이전에, 법정에서의 심리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준비하기 위한 것임을 명심하고, 심리방식에 관한 지식과 기법을 연마하는 데 온 힘을 쏟아, 국민이 진정 바라는 새로운 재판의 모습을 실천해나가는 데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법정 중심의 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법관이 사건의 사실적·법리적 측면을 완전히 파악해 소송의 모든 경과를 장악함으로써 소송관계인들이 법관을 믿고 따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관이 된 후에도 평생 배우고 익히며 능력과 전문성을 키워야만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으며 재판의 주재자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며 “여러분의 능력이 사법부의 역량이요 나라의 경쟁력임을 명심하고, 시야를 넓게 가지며 자기계발에 힘쓰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여러분이 하는 일 하나 하나가 사법부의 미래가 되고, 언젠가는 사법부의 역사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항상 긍지를 갖고 의연한 자세로 법관의 길을 걸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법원장 “법관 독립은 명예와 존엄성의 표상”
“법관은 직무상 양심과 개인적인 양심 혼동 말아야” 기사입력:2008-02-21 2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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