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삼성기사 무단삭제…반발 직원징계 부당

서울중앙지법 “최선 대응책 아니어도 징계 대상은 아니다” 기사입력:2008-01-31 12:31:03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의 삼성그룹 관련 기사의 무단 삭제에 반발해 사장의 업무지시에 불응한 직원들을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 사건 개요 = 법원에 따르면 시사저널 금 사장은 2006년 6월 15일 당시 편집국장에게 A기자가 작성해 6월 27일 시사저널 870호에 실릴 예정이었던 ‘2인자 이학수의 힘 너무 세졌다’라는 제목의 삼성그룹 인사 관련기사에 대해 삼성그룹 고위층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기사보류 요청을 했다.

이에 편집국장은 기사 내용을 확인한 후 보고하겠다고 한 뒤 팀장들과 논의한 끝에 기사를 싣기로 결정하고 17일 사장에게 기사를 빼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사장은 이날 밤 10시 편집국장과의 사전 합의나 편집국장에 대한 아무런 통보 없이 시사저널 회장과 광고국장 등 경영진만이 참석한 간부회의를 열어 기사를 삭제하기로 결정하고, 17일 새벽 1시 인쇄소에 전화해 “삼성그룹 기사를 삭제하고 대신 광고를 넣으라”고 지시해 기사가 삭제됐다.

기사 삭제 사실을 전해들은 편집국장은 19일 항의 표시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사장은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에 시사저널 기자들은 사장의 기사 무단 삭제행위와 편집국장 사표 수리에 대해 항의했다.

이후 사장은 편집국 내 7명의 팀장들에게 수 차례 자신이 주재하는 편집회의에 참석하라는 업무지시를 내렸고, 팀장들은 사장에게 편집회의 소집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내며 편집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장은 편집국 취재총괄팀장인 장OO씨에게 취재·편집 기획안 및 최종 원고를 자신에게 보고하라는 업무지시를 했으나, 장씨는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문사는 장씨를 징계에 회부하고, 8월 7일에 개최되는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했으나 장씨는 휴가원을 제출하면서 불참 소명서를 제출했다.

장씨는 당시 관행에 따라 휴가원을 담당부서에 제출만 했고, 결재권자의 승인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가를 떠났다. 이에 사장은 2차 인사위원회를 열어 장씨가 업무지시에 불응하고 무단결근 했다는 이유로 2006년 8월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다.

또 신문사는 사진팀장 백OO씨가 사장이 주재하는 편집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불법 단체성명서와 게시물을 통해 신문사의 경영진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2006년 8월에 3개월의 출근금지 및 대기발령을 내린, 이후 무단결근을 이유로 무기정직 처분을 내렸다.

한편 기사 무단 삭제 사건으로 시사저널 기자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2007년 1월 전면파업을 선언했으며, 신문사는 이에 대응해 직장을 폐쇄했다.

◈ “사장의 편집회의 소집은 편집인의 편집권 한계 심히 벗어난 행위”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박기주 부장판사)는 장씨와 백씨가 시사저널 발행사인 (주)독립신문사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 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원고들에 대한 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인 만큼 피고는 원고들이 징계처분으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과 이들이 복직할 때까지 매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사장의 기사 무단 삭제와 편집국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에 대한 항의 표시로 편집회의에 불참하고, 사장 지시대로 편집기획안과 최종 원고를 보고하지 않은 행위가 최선의 대응책은 아니었다 해도, 상급자의 정당한 업무지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징계 대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장이 편집회의를 소집하는 업무지시를 내린 시점이 기사를 무단으로 삭제하고 편집국장의 사표를 수리한 직후로서 당시 제반 사정에 비춰 볼 때, 사장이 편집국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편집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사장의 기사 무단 삭제 행위는 2005년 12월 회장의 중재 하에 사장과 기자들이 합의했던 시사저널 정상화를 위한 합의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대외적인 편집인의 편집권 한계를 심히 벗어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원고들이 사장의 승인 없이 휴가를 사용한 것이 무단결근인지 여부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의 복무 및 휴가 규정에 직원의 연가원 제출이 있을 때에는 직무수행에 특별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된 점을 고려할 때 결재권자가 휴가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단결근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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