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인간 아들 안락사 선택한 아버지 선처

광주지법 “정상 참작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기사입력:2008-01-30 14:19:35
중증장애에 시달리다 식물인간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 결국 숨지게 한 아버지에게 법원이 선처를 베풀었다.

윤OO(53)씨는 2003년 10월 가정불화로 처가 집을 나가자 치료가 불가능한 유전성 질환인 뒤센근육퇴행위축증을 앓고 있던 아들(27세)을 홀로 돌봐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11일 아들이 화장실에서 넘어져 의식불명 상태에 이르자 윤씨는 병원에 중환자실에 입원시켰는데 의사로부터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식물인간상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을 들었다.

윤씨는 막막했다. 아들이 7살 때부터 병을 앓아 그동안 고통을 받았는데 이렇게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힘들게 살게 하느니 차라리 편히 죽게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윤씨는 자신의 뜻을 의사에게 전달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의사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곧 사망하게 된다며 치료를 계속할 것을 설득했다.

하지만 윤씨도 한 달 동안 의사에게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하다가 의사가 계속 거절하자, 8월 8일 중환자실에서 임의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수동호흡기를 부착하고 집으로 데리고 갔으나, 결국 아들은 저산소 뇌손상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강신중 부장판사)는 지난 2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윤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인간의 생명은 최고의 가치를 가진 법익이고, 개인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것임에도 피고인이 임의로 식물인간상태에 빠진 아들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치료행위를 중단함으로써 아들을 사망에 이르게 해 살인죄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20년간 아들을 간호해 온 점,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아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에서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어 실형을 선고하기보다 집행유예를 선고해, 숨진 아들과 같은 질병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을 비롯한 남은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선처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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