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통근차로 퇴근하다 다쳐도 업무상재해

울산지법 “업무수행을 위해 승용차로 출퇴근 해” 기사입력:2006-12-11 16:24:06
근로자가 출퇴근에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사업주가 별도로 차량 유류비나 유지관리비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야간근무라는 업무특성상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면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행정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업무를 마치고 새벽에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다친 장OO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2006구합1818)에서 지난 6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는 2004년 9월 OO회사에 입사해 울산 두서면 농공단지에 있는 OOO직원 식당에서 야식담당 업무를 수행했다.

원고는 야간근로자들에게 자정 무렵 제공하는 야식을 위해 오후 9시에 출근해 자정 무렵부터 00:30까지 야식을 제공한 후 설거지 등의 업무를 마치고 통상 새벽 2시 30분에 퇴근했다. 원래 근로계약 시간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였다.

그런데 이 회사는 야간근무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 원고가 출퇴근하는 시간대에는 통근버스가 없었고, 노선버스도 오후 8시40분이면 끊겨 원고는 자신의 고모의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했다.

야식담당 책임자도 원고의 업무 특성상 승용차를 운전해 출퇴근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별도 차량지원 대신 자동차를 통근차량으로 이용함을 승인했다. 하지만 회사는 원고에게 차량 유류비나 유지관리비를 따로 지급하지는 않았으며, 출퇴근을 감독하거나 통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원고는 지난 1월20일 새벽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다가 마주오던 차량을 피하려다 전신주와 충돌해 골절 등의 큰 부상을 입었다. 이에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인 만큼 업무상 재해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고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및 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 및 관리 하에 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수행하는 근무의 특성, 출퇴근 시간, 출퇴근을 함에 있어 다른 방법이 있는지 여부, 근로자가 선택한 출퇴근 수단에 대해 사업주가 알고 있는지 여부 및 그에 대한 사업자의 태도 등 근로자의 출퇴근에 관련된 여러 사정을 종합ㅂ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고모의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함에 대해 사업주가 차량 유류비나 유지관리비를 지급한 것은 아니므로, 사업주에 의해 제공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는 심야근무라는 특성 등을 고려해 입사 후부터 2년 동안 실제 근로계약에서 정한 것보다 적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을 회사로부터 승인받고 주간근무자와 같은 임금을 지급받았으므로 다른 근로자에 비해 시간당 급여를 더 많이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급여 중 일부는 통근비용 보전분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근무지가 외진 곳에 있어 퇴근시간에 맞출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도 없었으므로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할 수밖에 없었으며, 상사도 이런 사실을 사실상 승인한 만큼 원고가 업무수행을 위해 승용차로 출퇴근한 것은 사업주의 지배 및 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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