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한 경우 ‘공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유족보상금 지급 거부는 위법” 기사입력:2006-11-29 00:25:19
공무원이 지속적이고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을 앓다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경우 ‘공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행정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우울증을 앓다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공무원 채OO씨의 아내 김OO(34)씨가 “유족보상금 지급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06구합8648)에서 지난 22일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망인은 96년 11월 국가직 9급 공채에 합격해 농림부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담당하던 조사통계업무는 거의 대부분 현장업무로서 직접 현장을 답사해 통계작업을 해야 했는데 현지출장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민원인들과의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던 중 망인은 2003년 7월 병원에서 수면장애, 만성스트레스증후군 진단을 받고, 2004년 3월초까지 통원치료를 받았다.

의사 소견에 따르면 망인은 피해망상증상이 있고, 그 후 호전됐다가 다시 불면증이 심해졌으며, 결국에는 정신분열병 의증 등의 진단을 받고 2005년 1월까지 대형병원에서 외료진료를 받았다.

망인은 2004년 2월부터 4월까지 병가를 실시했고 치료 중 담당의사로부터 ‘1년 정도만 쉬면 완쾌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병가를 연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문의했으나 직장 상사로부터 “병가연장은 어렵고, 직장 인원 부족으로 휴직도 불가능하므로 차라리 퇴직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듣고 다시 복귀해 근무했다.

그런데 망인은 업무가 바뀌고 일이 많아 힘들다고 원고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고, 망인은 작년 1월28일 농업통계조사교육을 받던 중 두통 증세를 호소하면서 몸이 아파 집에 가서 쉬겠다고 보고하고 조퇴했다.

하지만 집에 아닌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주 금천동 OO아파트에 차를 주차해 놓고 15층으로 올라가 계단에서 투신해 자살했다. 사망 당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원고 2005년 10월 피고에게 망인은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보상금의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피고는 망인의 사망은 직무수행에서 비롯된 결과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성향과 같은 공무와 무관한 이유에서 비롯된 결과로서 업무로 특단의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여겨지지 않으므로 공무상 사망으로 볼 수 없다며 지급청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질병으로 요양 중 자살함으로써 이루어진 경우 당초의 업무상 재해인 질병에 기인해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자살이 이루어진 것인 한 사망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망인은 업무는 스트레스가 많은 현장업무를 주로 했고, 2003년도부터는 업무가 더욱 가중되면서 만성스트레스증후군 등 정신질환이 발병됐던 점, 2004년 1월 전보된 이후 우울증세가 더욱 악화돼 병가를 내고 치료를 위해 휴직을 하려 했으나 퇴직 종용으로 결국 다시 출근했으며, 그 후에도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서도 계속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지속적이고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분열병 등이 발병, 악화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고 당일 망인은 교육 도중 조퇴한 후 느닷없이 투신자살을 감행한 점, 자살 장소로 선택한 아파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아파트인 점, 망인은 평소 직원들과 잘 어울려 자살을 예견할 만한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가족들 역시 자살 의도를 예상할 수 없었던 점, 유서를 남기지 않은 점을 종합할 때, 망인의 자살은 우울증에 기인한 자살충동에 빠져 귀가 도중 고층 아파트 건물이 보이자 극도로 정신력이 저하돼 충동적으로 건물로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추정돼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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