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거짓말 담은 반론보도청구 거부는 정당

“반론보도청구인에게 거짓말 권리까지 부여 안 해” 기사입력:2006-11-24 23:04:51
언론사를 상대로 한 반론보도청구는 그 내용이 진실임을 증명할 필요는 없더라도, 청구인이 거짓임을 알면서 반론보도를 청구할 경우는 반론보도청구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언론사가 반론보도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23일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여운환(52)씨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불법로비를 하며 로비자금 명목으로 거액을 받았다는 허위보도로 명예와 인격권이 침해됐다’며 동아일보를 상대로 낸 반론보도심판청구소송(2004다50747)에서 반론보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헌법에 근거를 둔 반론보도청구권은 충분히 보장돼야 하며, 반론보도청구권은 원보도를 진실에 부합되게 시정 보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가 아니라, 원보도에 대해 피해자가 주장하는 반박내용을 보도해 줄 것을 요구하는 권리이므로 원보도의 내용이 허위임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반론보도의 내용도 반드시 진실임을 증명할 필요가 없고, 이에 따라 반론보도의 내용이 허위일 위험성은 불가피하게 뒤따르게 되지만 이는 반론보도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비춰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언론기관도 헌법에 기해 언론의 자유를 갖는데, 보도내용의 진실 여부를 가리지 않고 반론보도문 게재의무가 부과됨으로써 직접적으로 언론기관의 편집의 자유가 제한됨과 동시에 간접적으로 언론기관의 활동을 위축시켜 보도의 자유를 포함한 언론기관의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가 초래돼 반론보도청구권은 언론의 자유와 서로 충돌하는 면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반론보도청구인이 스스로 반론보도청구의 내용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청구하는 경우는 반론보도청구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헌법적 보호 밖에 있는 것이어서 반론보도청구권을 행사할 정당한 이익이 없고, 반론제도가 반론보도내용의 진실 여부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것이어서 허위반론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반론보도청구인에게 거짓말할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심은 반론보도내용들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 허위라면 신청인이 알고 있었는지를 심리해 만일 신청인이 허위임을 알고도 반론보도청구를 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정당한 이익이 없는 반론보도청구권의 행사로서 배척했어야 마땅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심리를 없이 신청인의 반론보도청구가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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