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소비자 불만 높으나 변호사 지갑은 자물쇠

변호사 100명 중 12명은 매년 소비자 불만 초래 기사입력:2006-11-24 03:33:29
변호사 100명 중 12명은 1년에 한 번 꼴로 불성실 변론과 수임료 문제 등으로 법률소비자 불만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소비자보호원이 22일 서울변호사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공정한 법률서비스 환경에서의 변호사와 소비자의 관계’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조대환 변호사가 말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변호사들이 수임한 전체 44만 907건 가운데 대한변협에 불성실 변론 등으로 접수된 진정 건수는 353건이고,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변호사 관련 상담은 464건으로 변협과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진정을 합하면 817건”이라며 “이는 변호사 수임 사건의 0.19%이고, 전체 변호사 100명 중 11.7명이 1년에 한 번 진정이나 소비자보호 상담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변호사의 수임사건 처리에 대한 불만이 전체 처리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비록 낮지만, 의뢰인으로부터 불만이 제기되는 자체가 문제이며, 나아가 불만 건수와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일”이라며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법률시장은 외국의 선진 법률서비스 회사에 잠식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시급히 근본적 개선대책이 요구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최성철 과장에 따르면 변호사 법률서비스 관련 분쟁은 2004년 416건, 2005년 464건, 올해 10월까지 384건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 과장은 “최근 3년 동안 소보원에 접수된 분쟁 건수는 모두 200건인데 불성실 변론이 106건이고, 보수와 관련된 경우는 94건이었다”며 “이 중 소보원의 합의권고로 법률소비자의 피해가 구제된 경우는 86건(43%)이며, 이 가운데 환급이 75건(37.5%)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현재 대한변협의 변호사 보수기준이 폐지된 이후 마땅히 참고할 만한 보수기준이 없는데, 소송비용에 산입할 변호사 보수를 규정한 대법원 규칙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면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보수에 관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법원 규정을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경희대 법과대학 강희원 교수(변호사)는 “무엇보다 변호사의 적정한 보수기준을 현재보다 세분화하고, 변호사 보수의 투명성 보장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특히 변호사의 부실변론에 따른 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제3의 분쟁해결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동차 보험과 연계해 법률구조 보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소송실비와 실질적인 비용만을 착수금으로 선불하고, 나머지 보수는 공적인 금융기관에 예치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반정우 판사는 “지난 2000년 변호사 보수기준이 폐지됐으나, 법률서비스 수요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변호사 보수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 판사는 “법률소비자에게 변호사 보수의 적정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대한변협이나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사건 유형별로 변호사 보수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변호사의 불성실 변론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변호사 보수 반환의 사례를 유형별로 수집해 정리해 둔다면, 불성실 변론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반환할 금액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변호사 보수 관련 주요 피해 유형별 사례(자료=소비자보호원)

A씨는 2005년 7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및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변호사에게 의뢰하면서 착수금 2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45일이 지난 이후에 만난 변호사는 사건내용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고, 또 준비서면을 제때 제출하지 않고 변론기일을 연기 신청하는 등 불성실하게 사무를 처리했다.

결국 A씨는 변호사에게 착수금 2,000만원 중 실비 300만원을 제외한 1,700만원의 환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소보원은 “2,000만원 중 1,500만원을 A씨에게 돌려 주라”고 권고했고, 변호사도 원만히 합의해 환불했다.

B씨는 2005년 10월 개인회생절차를 밟기 위해 변호사에게 착수금으로 750만원을 주고 3일 후 위임계약의 해지를 요청하자, 변호사는 300만원만 환급해 줬다. 이에 B씨는 수임사무 착수 전에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실비를 제외한 잔액의 환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소보원은 변호사에게 450만원 중 일부를 환급해 줄 것을 권고하자 변호사는 200만원을 환급하겠다고 했고, 이에 B씨도 동의해 200만원을 추가로 환급 받았다.

C씨는 2005년 3월 신용정보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송치돼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C씨는 변호사에게 착수금 500만원을 지급하면서 변론요지서를 검찰청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변호사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C씨는 나중에 벌금형을 받았다. 상황을 알아보니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신고서와 변론요지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던 것. 결국 소보원 권고에 따라 변호사는 500만원 전액을 환급해 줬다.

D씨는 2004년 1월 건설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그 해 11월18일 D씨는 변호사와 사건위임 계약을 체결하면서 2,000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고소인과 원만히 합의가 돼 무혐의 처분으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에 D씨는 위임사무 종료에 따른 보수금 반환을 변호사에게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소보원의 권고로 변호사는 1,000만원을 돌려줬다.

E씨는 2005년 12월 변호사에게 사건을 위임하면서 착수금으로 300만원을 지급했다. 변호사가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E씨는 당사자 사이에 원만히 해결돼 착수금 환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소보원의 권고로 변호사는 E씨는 200만원을 환급 받았다.

F씨는 2003년 2월 집행유예 상태에서 도로교통법 방조 및 사기죄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F씨는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 변호사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고 변호를 맡겼다.

그러나 사기사건 구속요건이 되지 않아 검찰이 직권으로 F씨를 무혐의 처리했고, 도로교통법 방조는 구약식(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이에 F씨는 3,000만원 중 사무처리를 위해 소요된 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2,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소보원의 권고로 F씨는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을 환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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