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노조, 합법노조로 가나 법외노조로 남나

위풍당당 법원노조 제2기 지부도 선거 정책토론회 기사입력:2006-11-24 00:01:54
사법부에서 위풍당당한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내달 4일 제2기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법원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2일 오후 5시30분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회의실에서 위원장 및 사무총장 후보자 선거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눈길을 끌었다.

제1기 법원노조 곽승주 위원장 지도부가 비록 법외노조이지만 법원행정처와 협상하며 법원노조의 기틀을 잡는 기간이었다면, 제2기 지도부는 법원노조의 정체성과 임금인상과 같은 복지 등 조합원들의 권익신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정책토론회에는 법원행정처 인력운영담당관실 관계자들이 참관하며 제2기 지도부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토론회 역시 후보자들간 뜨거운 토론 열기로 당초 예상시간보다 초과해 8시에 끝났다.

▲서울법원종합청사대회의실에서열린제2기지도부선거후보자정책토론회모습.왼쪽이기호1번이강천위원장후보/중앙은사회를맡은박진완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은기호2번박태희위원장후보

▲서울법원종합청사대회의실에서열린제2기지도부선거후보자정책토론회모습.왼쪽이기호1번이강천위원장후보/중앙은사회를맡은박진완중앙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은기호2번박태희위원장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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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노조에서 지도부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론회를 개최한 박진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후보자들의 정책개발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법원노조의 발전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 기호1번 이강천 “법원노조 20년 생활에 아직도 8급 현실 기가 막혀”

이날 토론회는 위원장 후보자들의 기조발제 연설과 쟁점에 대한 집중토론 그리고 방청객의 후보자들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눈에 띈 것은 후보자들 모두 미리 기조발제문을 준비했으면서도 준비한 원고를 읽지 않고 방청객과 눈을 마주하며 즉석 연설을 해 여느 토론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기호1번으로 나선 이강천 위원장 후보자는 기조발제에서 “전국 각 법원을 돌며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을 봤다”며 “이제 법원노조도 조합원을 위해 조합원 속으로 들어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이어 “법원행정처는 실무관을 줄이는 문제, 승진문제 등 여러 가지 현안 문제들에 대해 TF(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법원노조는 지난 2년 동안 뭐했냐”며 “법원노조는 너무나 이상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에 조합비 등을 소진했다”고 현 집행부를 질타했다.

이 후보는 “전국공무원노조 가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조합원의 임금과 승진이 중요한 문제”라며, 승진과 관련해 “법원생활 20년을 하며 아직도 8급을 달고 있는 조합원을 만났는데 주임, 대리가 퇴직할 때까지 8급을 달고 있는 현실에 기가 막힌다”고 분개했다.

아울러 “조합원들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전화친절도 조사 등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이제 법원노조가 이런 현실적이고 내적인 문제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당선되면 조합원 총 투표를 거쳐 합법노조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 기호2번 박태희 “공무원들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서로 반목하고 있어”

기호2번인 박태희 위원장 후보자는 기조발제에서 “법원노조는 그 동안 많은 일을 해왔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법원노조가 설립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결코 불법이 아니다”며 “법원노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도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며 “조합원의 권익과 승진도 중요하나 정신건강이 제대로 돼야 사법개혁 등의 일을 할 수 있는 만큼 지도부가 한 방향으로 정해 나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지금 공무원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서로 반목하고 있고, 정부가 공무원 연금문제를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공무원의 노후생활과 생존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을 심각하게 살피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무원노조와 연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변호사와 법무사도 살아남을 수 없게 된다”며 “어느 지도부가 당선되든 액면 그대로 현실을 밝히고, 어느 것이 진정 조합원들을 위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이강천 “합법노조로 전환해 법원행정처와 대화하겠다”

법원노조는 현재 설립신고를 하지 않아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책토론회에서도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설립신고 문제와 관련해 이강천 후보는 “이번 선거가 끝나면 조합원 총의를 물어 합법노조로 전환하겠다”며 “설립신고는 법원행정처와의 투쟁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제1기 위원장 임기가 종료되면 즉시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설립신고를 해 합법화로 가는 것은 자주로 가기 위한 최후 투쟁의 선택”이라며 “법외노조나 합법노조나 차이가 없으나 법외노조는 법원행정처에서 대화의 상대로 인정을 안 하기 때문에 합법노조로 제도권 속에 들어가 법원행정처와 대화를 해야 한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이 후보는 “설립신고가 최상의 카드는 아니지만 법원행정처에 조합원의 뜻을 전달해 관철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합법노조로 가자고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박태희 “법원행정처가 노조와 대화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

반면 박태희 후보는 “설립신고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조합원들이 정말 원하는 게 설립신고인지 설문 등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은 뒤 회의체 의결을 거쳐 결정할 문제로 조합원 총의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과연 법원행정처가 대화를 통해 인력을 충원해서 조합원들이 사람답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문제가 법내노조로 가면 해결 될 수 있겠느냐”며 “조합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 개선 문제는 법내든 법외든 관계없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설립신고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법원행정처가 노조와 대화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며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진정으로 건강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무원노조 등과 연계, 이강천 후보 “No”…박태희 후보 “Yes”

또한 공무원노조 등 외부단체와 연대하는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강천 후보는 “산별노조는 세계적 추세”라며 “우리가 기관별 노조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법원노조가 역량이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공무원노조와 연대 등에 반대했다.

반면 박태희 후보는 “전국공무원노조가 없었다면 법원노조도 없다”고 규정하며 “어느 상급단체에 가입할지는 지극히 당연하다”고 전국공무원노조 가입 입장을 분명히 했다.

토론회 사회자를 맡은 박진완 선관위원장이 “법원노조 자체만으로는 힘이 미약한 게 현실”이라며 추가 질문을 던지자, 이강천 후보자는 “전국공무원노조와 연합했을 때 결과적으로 공무원노조가 지지하는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며 “이런 중대한 문제는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에 박태희 후보는 “공무원노조는 상급단체가 아니다”고 지적하며 “공무원노조와 연대해도 공무원노조의 지시를 받아 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 조합원 권익 위해서는 양 후보들 모두 희생 각오

조합원들이 처한 산적한 현안 문제 해결과 관련, 이강천 후보는 “법원노조 출범 준비위원장 시절 나름대로 투쟁해 여러 성과물을 얻어낸 바 있다”며 “양형조사관 450명이 확보돼 일반직이 보완하도록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감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는 “오늘 토론회 자리는 조합원들이 자리를 꽉 채웠어야 하는데 선거 임원동지들만 참여한 것은 법원노조가 잘못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현 지도부를 겨냥하면서 “앞으로는 축제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특히 “이제 법원노조의 장외투쟁은 그만 해야 한다”며 “조합원 권익 쟁취를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태희 후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의 단결된 힘이 있어야 한다”며 “1기에서 부족한 부분은 2기에서 발전적으로 보충해 이끌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현 지도부를 껴안았다.

박 후보는 “지난 5월 삭발과 촛불문화제 등 조합원들의 뜨거운 관심이 없었다면 법원행정처에서 개선사항을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과다한 업무량과 인력 부족으로 전국의 조합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법원행정처가 이를 모른다면 우리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법원행정처에 대한 투쟁 방법은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충분히 법원행정처에 관철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법원노조가 전국공무원노조와 연계하면 민주노동당 지지?

한편 후보자간 정책토론회 후 방청객들의 질의응답도 있었다. 질의서는 양측에서 똑같이 사회자에게 전달돼 사회자가 직접 질의했다.

먼저 박태희 후보자 측에서 이강천 후보에게 “합법노조로 하겠다는 것은 현재 불법노조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 후보는 “불법노조가 아니라 법외노조”라며 “말장난하면 안 된다. 그런 질문자의 의식과 자질이 의심된다”고 잘라 말했다.

이강천 후보자 측에서는 “전국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고,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고 있는데 법원노조가 전국공무원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박태희 후보는 “조직 전체가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조직적으로 지지할지 여부는 향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도부 입장과 달리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고, 이는 조합원들의 정치적 성향과 지도부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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