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서 경찰 음주측정 요구 못해

서울행정법원 “도로교통법상 도로 아니기 때문” 기사입력:2006-11-03 14:59:41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은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비록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을 했더라도 음주운전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성수제 판사는 10월31일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취한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에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이OO(35)씨가 “면허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2006구단3370)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1월3일 자신이 일시 기거하고 있는 친구 집인 고양시 행신동의 OO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 자신의 승합차를 주차시킨 후 근처에서 선배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술을 마셨다.

선배와 헤어진 뒤 아파트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마침 열쇠가 없어 친구가 귀가할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겨울인 만큼 날씨가 추워 히터를 틀었으나 따뜻한 바람이 나오지 않아 엔진 가열을 위해 주차장을 2바퀴 약 200m 정도를 운전했다.

이후 경찰의 음주측정요구를 받았고, 이에 이씨는 주차장을 돌았을 뿐 도로를 운전하지 않았다며 음주측정을 거부하자 음주측정거부로 면허를 취소했고, 결국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성수제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가 운전한 장소는 아파트 단지 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안에 주차 구획선을 그어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주차구역을 만든 곳으로 주차방법 및 주택건설촉진법 등의 관계규정에 의해 설치된 아파트 부설 주차장에 해당하는 장소”라고 밝혔다.

성 판사는 “아파트 부설 주차장이 차단 시설이나 경비원에 의해 물리적으로 통제되지 않고 일부 외부인이 무단주차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주차구역의 통로 부분은 그곳에 차량을 주차하기 위한 통로에 불과할 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로로 사용되는 곳이라고 볼 수 없어 도로교통법상 ‘도로’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성 판사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고가 운전한 장소가 도로가 아닌 만큼 그 장소에서 주취상태로 운전을 했더라도 이는 도로상에서의 음주운전이라 할 수 없고, 또한 도로상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없는 원고에 대한 음주측정요구도 적법한 측정요구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했더라도 음주측정거부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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