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연예인 지망생을 상대로 불리한 전속계약을 체결한 유명 연예기획사에 제동을 걸었다.
전속계약 기간 10년에 계약을 위반할 경우 투자금의 5배와 계약기간 동안 예상되는 이익금의 3배를 물도록 하는 등 연예인 지망생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이른바 ‘연예인 노예계약’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
서울중앙지법 제32민사부(재판장 유철환 부장판사)는 CF 모델 A(22)씨가 소속사인 B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2006가합37354)에서 지난 11일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와 피고는 2003년 1월 원고의 연예활동에 관한 제반 권리를 피고에게 위임하는 내용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전속계약을 들여다보면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시작하며 첫 번째 음반의 발매 후 10년째 되는 날 종료하고, 원고의 개인 신상에 관한 사유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경우 계약기간은 위 기간만큼 자동 연장된다고 규정했다.
또 원고가 계약을 위반한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원고가 연예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 또는 행위를 했을 경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원고가 지며, 그로 인해 피고가 원고의 연예활동 계속이 어렵다고 판단하면 원고의 활동을 중단시킬 수 있고, 원고는 피고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히 손해배상액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총 투자액의 5배, 잔여 계약기간 동안 예상되는 이익금의 3배로 하며, 원고와 피고가 전속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한 경우도 이 손해배상액이 적용되도록 했다.
그런데 원고는 2005년 2월 피고가 헐리우드 진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출연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으며, 연예활동에 대한 정상적인 관리업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피고에게 발송하며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전속계약기간 규정은 최소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원고의 연예활동에 관한 모든 권리를 피고에게 귀속시킬 뿐 아니라 최초 약정한 수익분배의 방법을 위 기간 동안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으로서 원고에 대한 훈련기간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속계약은 가수, 연기자 등을 포함한 모든 연예활동에 관한 권리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계약기간의 기산점은 첫 번째 음반 발매일로만 정하고 있어, 만약 원고가 음반을 발매하지 못하거나, 원고가 가수보다는 연기자 등으로 활동을 원해 음반을 발매하지 않는 경우 전속계약은 영원히 종료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속계약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규정은 금액이 과다해 원고에게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의사에 반해서까지 전속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려는 목적이 엿보이고, 이에 비해 피고의 계약위반에 관해서는 아무런 손해배상액의 예정을 정하지 않았으며, 피고는 원고의 연예활동을 중단시키고 전속계약을 자유로이 해지할 수 있어 쌍방의 권리 및 의무에 지나친 불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연예산업은 초기에 신인을 육성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신인들 중 소수의 사람들만이 인기연예인이 되는 등 위험성이 높더라도 이런 위험도가 높은 사업은 성공할 경우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것이고 투자실패의 위험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전속계약에서 장기간의 계약기간과 과다한 금액의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정한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속계약은 원고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라고 판시했다.
[확대경]연예인과 기획사간 ‘노예계약’ 무효
서울중앙지법 “연예인 경제활동 지나치게 침해” 기사입력:2006-10-31 15: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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