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은 운전면허증 외에 본인 확인해야

서울중앙지법 “위조 면허증인지 진위여부 확인해야” 기사입력:2006-10-31 14:22:58
개인이 예금계좌 개설을 신청하면서 운전면허증을 제시할 경우 금융기관은 추가 증빙자료를 통해 본인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만약 위변조가 의심될 경우 사이버경찰청 조회시스템을 활용해 운전면허증의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위조 신분증을 이용한 금융사기 등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제1민사부(재판장 한호형 부장판사)는 (주)삼성카드가 “우체국 직원이 본인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채 금융계좌를 개설해 줘 피해를 입었다”며 우체국 예금사업을 경영하는 주체인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6나4488)에서 지난 20일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소외 A씨는 2004년 9월 용산우체국에서 불법으로 입수한 삼성카드 회원들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위조한 운전면허증을 제시하며 타인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했다.

A씨는 그런 다음 삼성카드에 전화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입수한 회원의 신용정보와 개설한 예금계좌를 입력하면서 40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신청했고, 삼성카드가 돈을 입금하자 인출하는 방법으로 삼성카드에 9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

이에 원고는 우체국 직원이 본인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회원들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해 줌으로써 범죄에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이로 인해 원고가 예금계좌에 현금서비스로 입금해 줌으로써 손해를 본 만큼 우체국 직원의 사용자인 국가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반면 피고는 우체국 직원은 예금계좌 개설에 있어 관련 법령에 따른 본인확인 의무를 철저히 이행했으므로 과실이 없고,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원고의 손해는 회원들의 신용카드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해 누설되게 함으로써 발생한 것으로 우체국 직원의 과실에 의한 예금계좌 개설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우체국은 개인이 예금계좌 개설을 신청하는 경우 운전면허증에 의해 본인확인을 할 수도 있으나, 이는 주민등록증에 의한 본인확인이 곤란할 경우의 보충적인 방법이고, 제시된 운전면허증으로 실명확인이 곤란하거나 위조됐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우체국은 본인 확인을 위한 추가 확인 후 예금계좌를 개설해 줄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금융감독원이 최근 위조 신분증을 이용한 빈발하는 금융사고 대책으로 주민등록증 이외의 신분증을 제시할 경우 추가 증빙자료 요구나 사이버경찰청 조회시스템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하라고 금융기관에 권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전면허증에 발급권자의 직인도 찍혀있지 않는 등 위조를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음에도 본인확인 의무를 태만히 한 우체국 직원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우체국 직원이 본인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은 인정되지만 이 사건 범행은 원고의 신용카드 회원이 다른 회원의 신용카드 정보를 불법으로 입수해 도용한 것이므로, 이 사건 손해 전부를 신용카드 정보 누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피고에게 부담케 하는 것은 부당하고 원고도 손해의 상당 부분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국가의 책임을 10%로 제한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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