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욕설 보도한 기자 명예훼손 무죄

대법, “언론의 감시·비판기능 지나치게 위축 위려” 기사입력:2006-10-29 20:41:27
‘시의원이 시청공무원에게 욕설 등 폭언을 하며 질책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일부 욕설을 그대로 표현한 기자에게 1·2심 법원은 표현이 원색적이어서 비방 목적이 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시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지역 인터넷신문 기자 김OO(43)씨에 대한 상고심(2005도3112)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취지로 수원지법에 돌려보낸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03년 12월 경기도 OO시의회 3선 의원인 A씨가 의회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던 복지회관 관련 조례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OO시 여성복지과장의 조례 개정안 설명 직후 이뤄진 표결에서 가결되자 복지과장을 복지국장실로 불러 욕설과 함께 반말로 질책한 사실을 목격자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복지과장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전화를 걸었고, 복지과장은 욕설 등 사실 관계를 부인하지 않으며 기사화하지 말라는 대답을 했다.

그러나 피고인은 평소 시청공무원들이 시의원들의 고압적 태도와 언행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소인의 행위를 지적 및 비판함으로써 시의원에게 공직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행을 시정토록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야, 이 OOO야! 너 때문에 망쳤어!” “시의회 김모의원 시 J과장 불러 세워 ‘욕설’ 추태”라는 제목으로 욕설 및 폭언사실을 기사로 작성해 기소됐으며,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적시된 사실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가 공무원 내지 공적 인물과 같은 공인(公人)인지 사인(私人)인지 여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사안으로 여론형성 내지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여부, 피해자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고소인은 3선의 시의원으로서 같은 당 소속 시장이 취임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됐는데 복지과장을 복지국장실로 불러 질책한 사실이 있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으로부터 제보를 받은 피고인이 과장에게 사실을 확인하자, 과장은 부인하지 않고 기사화하지 말라고 대답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평소 시청공무원들이 시의원들의 고압적 태도와 언행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피고인은 고소인의 욕설 및 폭언에 관해 사실 그대로 소개하면서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해 게시한 사실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작성한 기사는 시의원이 공공장소인 시청 복지국장실에서 복지과장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욕설 등 폭언을 한 것이 원인이 돼 이뤄진 것으로 고소인 스스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특히 “기사의 내용도 사실을 그대로 적시한 것으로 달리 피고인이 고소인을 비방할 만한 개인적인 감정 등 동기도 찾아볼 수 없는 만큼 공직자의 공적활동에 관해 진실을 공표한 기사를 작성한 피고인의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심은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 이유로 기사 중 일부 표현이 원색적이라고 지적했으나, 피고인이 고소인의 폭언 일부를 그대로 인용한 것은 기사의 정확성을 위한 것임에도 이를 문제삼는 것은 공직자의 공적 활동과 관련된 언행에 대한 언론의 감시 및 비판 기능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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