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폐단을 지양하기 위해 지난 94년 도입한 ‘예비판사’ 제도가 폐지될 전망이다.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예비판사 제도가 실제로는 배석판사처럼 활용돼 위헌 소지가 있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대법원도 예비판사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비판사 제도는 지난 94년 사법개혁 당시 사법연수원 수료자가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바로 판사로 임용되는 폐단을 지양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2년간 예비판사로 근무하게 한 후 그 근무성적에 따라 판사로 임용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법원은 98년 최초로 예비판사 79명을 임용한 이래 올해까지 9년째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으며, 현재 예비판사들은 주로 제1심 합의재판부에 배치된다.
국회 법사위 소속 이주영(한나라당) 의원은 23일 대전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재판부에서 법관 임용전의 예비판사를 마치 배석판사처럼 실제 심리에 관여시키고, 판결 초고를 작성하는 예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법관에 의한 재판원칙을 규정한 헌법이나 법원조직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폐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2년의 엄격한 예비판사 심사과정을 거쳐 법관에 임용토록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일부 사직자 외에 판사 임용신청이 거부된 사례가 없어 평가적 측면은 의미가 감소됐고, 교육적 측면에서도 예비판사의 신분과 업무한계 등으로 예비판사 기간동안 능률적인 법관실무교육도 이뤄지지 않아 우수 법관 양성에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예비판사의 활용적 측면에서도 예비판사 업무의 범위 한정으로 법원 업무 경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예비판사 2년이 판사가 되는 과정의 지연 원인으로 작용함으로써 판사의 충원을 방해하고, 오히려 법원의 업무부담 가중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사법연수원 동기인 검사 지망자는 곧바로 검사로 임관돼 업무를 처리하는 반면 예비판사는 2년간 판사가 되지 못해 상대적 지위 약화에 따른 불만이 발생하고, 재판부에 따라 예비판사의 업무량에 차이가 나는 점도 예비판사들의 불만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예비판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연륜이 짧은 판사가 단독판사가 될 수 있는 예외를 둔 법원조직법 제42조의3을 개정해 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판사는 변론을 열어서 판결하는 사건에 단독으로 재판할 수 없게 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법원 “예비판사 제도 폐지하고, 바로 판사로 임관해 배석판사로...”
대법원도 이런 예비판사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어 예비판사 제도의 폐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박병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최근 법원내부통신망(코트넷)에 올린 제도개선 관련 보고에서 “일선 법원에서 예비판사 근무시의 업무태도와 적성을 참작해 판사 임관 여부를 결정한다는 평가적 측면이 실제 기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 효과가 없다는 평가와 예비판사의 지위만으로는 판사의 업무를 내실 있게 본격적으로 익히는 데 한계가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또 “예비판사 제도로 200여명의 법관 가용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돼 법원의 업무부담 가중의 원인이 되고 있고, 본인들의 사기에도 부정적 효과라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 “이에 따라 예비판사 제도를 폐지하고 바로 판사로 임관해 배석판사로서 업무를 익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다만 예비판사를 폐지할 경우 법관 연소화, 실무능력저하 우려, 법관 임용시 평가기회 상실 등의 비판에 대비해 일정기간 동안은 단독재판을 금지하도록 해 단독판사의 법관경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실장은 “현실적 법관 인력운영 측면에서 본다면 예비판사 제도를 폐지하되 ‘변론을 열어 판결하는 사건’에 관해서는 법조경력 5년 및 법관경력 2년 이상 된 판사들만 재판할 수 있도록 하는 정도의 방안이 가능하며, 이로 인해 배석판사 인원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문제는 통합 재판부의 확대 등 다른 운영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독]예비판사 사라진다…대법원 폐지 추진
이주영 의원 “위헌소지”…대법원도 문제 인식 기사입력:2006-10-24 03: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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