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하면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면 현행범 체포는 위법한 행위인 만큼 체포과정에서 경찰이 폭행을 당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재확인하는 판결이 나왔다.
정OO(42)씨는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1시 30분경 부여군 동남리 노상에서 A씨와 술을 마시다 행패를 부렸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이 정씨를 제지하자 폭언을 하며 낭심을 걷어찼고, 이에 동료 경찰이 가로막자 멱살을 잡고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결국 경찰은 정씨를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으로 수갑을 채워 지구대로 연행했고, 이에 흥분한 피고인은 지구대에서 계속 욕설을 하며 또 다른 경찰에게 침을 뱉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공무집행방해, 폭행 등)로 기소돼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피고인은 “경찰들이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거나 범죄사실의 요지, 변호인 선임권 등을 전혀 고지하지 않고, 수갑을 채워 지구대로 연행한 행위는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위법한 공무집행이므로, 피고인이 이에 대항해 경찰들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가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없다”며 항소했다.
이와 관련,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정갑생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경찰들이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위법으로 현행범 체포과정에서 정씨가 경찰에 가한 폭행은 공무집행방해죄가 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지구대로 연행된 후 또 다른 경찰에게 폭행을 가한 부분에 대해서만 폭행죄를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006노1219)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폭행당한 경찰은 자술서에서 연락을 받고 사건 현장에 온 피고인의 아내에게 현행범으로 체포한다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한 후 수갑을 채우겠다고 해 수긍하자 수갑을 채웠다고 기재한 반면, 본 법정에서는 피고인의 아내가 도착하기 전에 미란다원칙을 고지했으며, 아내에게는 수갑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양해를 구했다는 취지로 진술해 내용이 상호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 피고인의 아내는 경찰들로부터 현행범 체포나 변호인 선임권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당시 경찰들의 진술내용을 봐도 미란다원칙 고지 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현행범 체포서 등이 작성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경찰이 피고인을 체포하면서 체포이유,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경찰들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연행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행위로 볼 수 없어, 피고인이 연행된 후 경찰에게 욕설을 하며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한 법익침해를 방위할 목적으로 행해진 것으로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저항의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부당한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지구대에 있던 다른 경찰에 대한 폭행죄는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이 18년간 군청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지역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이고, 경찰에 대한 공무집행방해가 무죄로 인정되는 점과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 여러 양형조건들을 고려할 때 이 범행으로 피고인이 공무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여겨지므로,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미란다원칙 고지 않은 경찰 폭행해도 무죄
대전지법 “미란다원칙 고지 않으면 위법한 행위” 기사입력:2006-10-13 12: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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