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잠겼나’ 확인만 해도 절도미수범으로 처벌

대법 “문 당겨보는 행위는 주거 평온 침해할 위험성 내포” 기사입력:2006-09-19 19:01:09
재물을 절취할 목적으로 야간에 다세대주택 건물에 침입해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출입문이 잠겨 있는지 확인한 것만으로도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오OO(38)씨에 대한 상고심(2006도2824)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2006년 1월2일 새벽 2시경 서울 구의동에 있는 OO다세대주택 건물에 들어간 다음 피해자 김OO씨가 거주하는 101호의 출입문을 열고 그 안에 침입해 재물을 절취하려고 했으나 문이 잠겨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피고인은 이후에도 이 건물 2층과 3층까지 각 세대의 출입문을 열어 보고 잠겨 있지 않은 집을 골라 훔치려 했으나 건물에 입주해 있던 7세대의 문이 모두 잠겨 있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이에 대해 1,2심 법원은 “피고인이 잠긴 출입문을 부수거나 도구를 이용해 강제로 열려는 의사가 전혀 없이, 단지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손으로 출입문을 당겨보아 잠겨있는지 확인한 것이라면 범행대상을 물색한 야간주거침입죄의 예비단계에 불과하다”며 “이런 행위에 그친 것만으로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미수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형법의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 부당한 결과에 이른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검사는 “야간에 아파트에 침입해 물건을 훔칠 의도로 아파트 베란다 철제 난간까지 올라가 유리창문을 열려고 시도했다면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 다세대주택 건물 안에 들어가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했다면 단순히 범행대상 물색행위로서 예비단계에 있다고 볼 수 없고, 야간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라고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1,2심 법원의 판단은 위법”이라고 지적하면서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주거침입죄의 실행의 착수는 주거자, 관리자, 점유자 등의 의사에 반해 주거나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들어가는 행위, 즉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를 실현하는 행위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범죄구성요건의 실현에 이르는 현실적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개시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출입문이 열려 있으면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사 아래 출입문을 당겨보는 행위는 바로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을 침해할 객관적인 위험성을 포함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그것으로 주거침입의 실행에 착수가 있었고, 단지 출입문이 잠겨 있었다는 외부적 장애요소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한데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 판결은 야간주거침입절도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는 이유 있는 만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및 판단하게 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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