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협조 안했어도 도난사고 경비업체 책임 커

부산지법, 경비업체 경비소홀 중과실 책임 60% 기사입력:2006-09-12 17:13:13
경비업체가 보석상에 침입신호가 감지돼 현장에 출동했으나 주의 깊게 살피지 않아 벽에 뚫린 구멍 등 침입흔적을 발견하지 못하고, 경찰에게도 연락하지 않아 도난사고를 당했다면 비록 주인이 열쇠를 주지 않아 점포 내부를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경비소홀에 따른 60%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9민사부(재판장 박민수 부장판사)는 귀금속을 도난당한 보석상 주인 A씨가 경비계약을 체결한 경비업체 (주)OOO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합17047)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A씨는 부산에서 △△△이란 상호로 귀금속 소매업을 하던 중 2004년 9월 피고와 경비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는 2005년 6월 13일 영업을 끝내고 나가면서 무인경비시스템을 가동시켰는데, 피고의 관제본부에서는 14일 새벽 3시 18분부터 52분까지 8회에 걸쳐 전용선의 단선 및 복구 신호를 받아 출동했다가 기기오작동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해 출동지시를 취소했다.

그런데 피고 관제본부는 새벽 3시 58분경 3회에 걸쳐 열감지기에서 침입신호가 있어 새벽 4시 5분경 출동요원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보석상 열쇠가 없어 점포 내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손전등으로 외부에서 내부를 비춰 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피고는 점포 내부를 확인하기 위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로 점검을 위해 열쇠를 갖고 나와 달라”고 요청했으나, A씨는 “그런 일 같으면 날이 밝아서 해도 괜찮으니, 오후에 하자”며 거절해 현장출동요원은 새벽 4시 17분 현장에서 철수했다.

그 이후에도 피고 관제본부에는 새벽 4시 36분부터 49분까지 4회에 걸쳐 침입신호 등이 있었으나 이를 기기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직원을 출동시키지 않고 열감지기 작동기능을 해제했다.

문제는 절도범 3명이 이날 새벽 4시 30분을 전후해 보석상 옆의 중국음식점으로 들어가 보석상과 음식점 사이의 벽에 해머로 구멍을 뚫어 보석상에 침입해 진열대에 있는 금반지, 팔찌, 목걸이, 귀걸이 등 귀금속 대부분을 갖고 달아난 도난사고가 발생한 것.

당시 절도범들은 현장출동요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음식점으로 들어가 숨어 있다가 현장요원이 철수한 뒤 다시 보석상에 들어가 귀금속을 훔쳤다.

한편 피고는 재판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의 서비스 수행에 필요한 조치에 신속히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원고는 평소 피고에게 보석상 열쇠를 보관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 당시 피고 관제본부에서 ‘열쇠를 갖고 나와 달라’는 협조요청도 응하지 않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피고는 도난사고에 대해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수회에 걸쳐 침입신호가 감지됐으므로 보석상 내외부를 주의 깊게 살폈더라면 보석상과 음식점 사이의 벽에 뚫린 구멍 등 침입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현장출동요원이 철수한 이후에도 침입신호가 있었던 만큼 현장요원을 출동시키고, 경찰에 연락했어야 함에도 단순히 기기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등 도난사고 방지의무를 소홀히 한 중과실이 있는 만큼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도 수년전 수 천 만원 어치의 귀금속을 도난당한 적이 있음에도 보석상에 있는 금속감지기 부착 금고에 귀금속을 보관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 원고가 보석상 가까이에 거주하면서도 경비직원의 협조요청에 응하지 않은 잘못은 도난사고로 입은 손해발생 및 확대의 원인이 됐다”며 “따라서 도난사고의 쌍방과실 등에 비춰 피고의 책임비율을 60%로 제한하고, 원고의 책임을 40%로 정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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