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와 복원 위해 처자식 살해한 30대 사형

대법, 올해 2번째 사형 확정...사형 대기자 63명 기사입력:2006-09-11 18:19:46
헤어진 내연녀가 경제적인 이유와 아이들 문제로 관계 복원을 거부하자, 아내 명의로 억대의 보험에 가입한 뒤 아내와 세 아들을 살해하고 집을 불살라 누전에 의한 화재사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던 30대 남자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지난 8일 가족을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질러 범행을 은폐하려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A(37)씨에 대한 상고심(2006도3220)에서 사형을 확정했다. A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 2심인 대전고법에서 사형을 선고받자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했다.

올해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된 것은 지난 3월 동거녀 등 3명을 잇따라 살해한 연쇄살인범에 이어 두 번째. 이로써 지난 97년 12월 30일 사형집행이 중단된 이후 사형 대기 기결수는 모두 63명.

법원에 따르면 A씨는 내연관계에 있다가 헤어진 김모씨가 경제적 문제와 아이들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관계 복원 요구를 거절하자, 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처와 세 아들을 모두 살해하고 집을 불살라 누전에 의한 화재사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기로 마음먹고, 2005년 8월 처 명의로 재해사망 보험금 3억원 짜리 보험에 2건 가입했다.

며칠 뒤 A씨는 가족들이 아침식사 전에 물을 마시는 습관을 이용해 독극물인 청산가리를 가족들이 마시는 물통에 몰래 풀어 넣고, 물병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출근한다면서 현관 쪽으로 가 동정을 살피기까지 했다.

처는 이 물을 컵에 따라서 자신은 물론 두 아들과 함께 마셨고, 그 자리에 바로 쓰러져 청산염 중독으로 숨졌다. 또한 물을 마시지 않은 막내 아들은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자 A씨는 직접 목을 졸라 일가족을 살해했다.

A씨의 인면수심 행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범행 후 태연하게도 정상적으로 출근했다가 퇴근한 뒤 범행을 화재사로 은폐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시너를 사체 주변에 뿌려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사형은 인간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회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춰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따라서 사형을 선고할 때에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동기, 사전계획 유무,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 심정과 태도, 반성 유무, 피해회복 정도, 재범 우려 등 양형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해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 선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무엇보다 다른 일반 살인죄와 달리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와 세 아들들로서 가장 가까운 가족을 무참히 살해했다는 점과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물을 마시지 않고 옆에 서 있던 막내아들까지 목을 졸라 살해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심히 부당하다는 피고인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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