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재소자가 구치소에서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이후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급성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목매 자살한 경우 국가에게 80%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9민사부(재판장 이원일 부장판사)는 5일 올해 2월 서울구치소에서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후 그 충격으로 자살한 여성재소자 김모씨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1억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은 김씨에 대한 가석방분류심사를 담당하게 된 서울구치소 분류사 이씨가 2006년 2월 1일 오후 2시경 구치소 분류심사실에서 김씨에 대한 분류심사 도중 갑자기 껴안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키스를 시도하는 등으로 성추행을 자행했다.
김씨는 성추행으로 인한 충격으로 급성스트레스장애 등의 상해를 입었고, 그 뒤에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중 2월 19일 구치소 내에서 붕대로 목을 매 자살을 시도하다가 중태에 빠진 후 결국 3월 11일 사망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구치소장은 이씨가 재소자들 사이에서 ‘변태’라고 불릴 정도로 수 차례에 걸쳐 유사 범죄행위를 저질러 동종행위를 반복할 우려가 있었으므로, 이씨를 분류심사업무에서 배제함으로써 미연에 범죄 발생을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장과 보안관리과장도 성추행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이씨에게 적절한 징계처분을 내렸어야 함에도 사건을 축소ㆍ은폐하기에 급급해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 시켜 결국 자살행위로 나아가는 하나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추행을 당한 직후부터 요실금 증세 등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정황을 보였고, 피해자에 대한 집중심리검사결과, ‘급성스트레스장애 및 우울장애로 인해 자살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는데도 구치소장은 피해자의 증세가 악화되거나 자살 기타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재소자인 망인은 교도관 이씨와 서울구치소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감행함으로써 사망하기에 이른 만큼 국가는 망인과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비록 망인이 성추행 및 관련 공무원들의 부당한 대우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더라도 두 자녀를 둔 34세의 성인 여성으로서 달리 해결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만큼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비율을 8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전 교도관은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5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교도관 성추행으로 재소자 자살 국가배상책임
서울중앙지법 “자살 등 돌발사태 방지 주의의무 소홀” 기사입력:2006-09-06 15: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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