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숙소에서 잠자다 추락사 ‘업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에 해당” 기사입력:2006-09-06 15:01:10
회사가 임차해 제공한 여관에 투숙해 잠을 자던 근로자가 턱이 낮게 설치된 창문으로 추락해 사망한 경우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김의환 부장판사)는 회사가 제공한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낮은 창문을 통해 떨어져 사망한 망인의 유족 정모씨가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의 남편인 망인은 OO회사에서 일용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2005년 7월 4일 회사에서 숙소로 제공한 여관 203호실에 투숙해 직원들과 함께 각자 소주 1병 반을 마시고 잠을 자던 중 새벽에 창문 아래에 있는 주차장 바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 여관 203호는 방바닥에서 창문 밑까지 60cm 높이에 가로 75cm, 세로 170cm 크기의 창문이 설치돼 있었는데 설치 높이가 어른 무릎 정도에 불과해 창문을 열려고 힘을 주다가 중심을 잃을 경우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할 위험이 있었으나 추락방지 시설 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망인은 창문을 토해 추락했을 가능성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한 추락사나 자살, 기타 타살 가능성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없었다.

이에 원고는 “사업주인 회사가 제공한 근로자의 숙소에서 잠을 자다가 창문이 낮게 설치돼 있었음에도 추락방지시설 등이 없는 바람에 창문을 통해 주차장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한 만큼 사업주가 관리하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한 업무상재해”라며 “따라서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시설물을 제공하는 경우라면 비록 그것이 사업주가 임차해 제공하는 것이어서 그에게 공작물 설치 및 보존 등의 책임이 없는 경우라도 사업주는 해당 시설물을 미리 점검해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시설물 관리주체에게 시정을 요구하고 만일 응하지 않을 경우 안전한 다른 시설을 마련해 근로자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사업주가 이런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면 ‘사업주가 관리하는 시설의 결함 또는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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