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와 항암제 등을 연구 및 개발하는 제약회사에 근무하던 연구원이 장기간 유해물질에 노출돼 혈액암에 걸렸다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망인 신모씨는 지난 87년 OO제약업체에 입사해 99년까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항균제, 항상제, 에이즈치료제를, 퇴사 후 2000년부터 사망할 당시까지 △△제약에서 선임연구원으로서 항암제 등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망인은 이들 제약회사에 입사한 후 매년 1회 정기검진을 실시했으나 건강검진상 적혈구나 백혈구의 감소증 등 혈액학적 이상 소견을 보인 적이 없었고, 담배와 술도 92년 이후로는 끊었다.
그런데 2001년 1월 감기와 빈혈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아갔는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과 골수성 백혈병이 함께 존재하는 급성 혼합형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고, 결국 2001년 9월 백혈병에 따른 합병증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증세를 보이다가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39세.
이에 유족들은 “망인이 환기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의 연구실에서 항암물질 등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벤젠, 톨루엔 등의 발암물질에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한 만큼 업무상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금과 장의비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유족은 법원에 소송까지 냈지만 1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고법 제8특별부(재판장 최은수 부장판사)는 사실 판단에 앞서 □□연구원장에게 실험실에서 노출된 유해물질과 백혈병에 대한 상관관계를 묻는 감정촉탁을 의뢰했다.
이에 □□연구원장은 “망인이 실험실 안전수칙을 100% 완벽하게 지켰다면 백혈병이 업무 중 노출된 벤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낮지만 실험실에 종사하다 보면 예기치 않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12년 동안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켰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망인이 근무할 당시에는 벤젠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얼룩 등을 지우는 유기용제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발병까지 잠복기도 10년 이상으로 충분해 백혈병과 업무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회신했다.
지난 18일 재판부는 이를 판단 근거로 삼아 “□□연구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망인은 장기간에 걸쳐 벤젠에 노출됨으로써 백혈병이 발병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망인이 백혈병 치료를 받았으나 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만큼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가 망인의 사망과 업무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업무상재해와 장의비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항암제 연구하다 백혈병 걸렸다면 업무상재해
서울고법 “노출된 유해물질에 의한 발병과 상당인과관계” 기사입력:2006-08-24 16: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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