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원장 “사법부 은혜 입은 행복한 사람”

이흥복 법원장, 33년간 입은 정든 법복 벗고 퇴임 기사입력:2006-08-23 15:34:02
법원장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전국 주요 법원장을 역임하며 대법관 후보 O순위에 이름을 올렸던 이흥복 대전고법원장이 후배 법관들의 잇따른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임명으로 결국 33년간 정든 법복(法服)을 벗었다.

이흥복 고법원장은 비록 최고법관에 오르지 못했지만 23일 대전고법에서 가진 퇴임식에서 “국가와 사법부의 은혜를 크게 입은 행복한 사람”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 고법원장은 사법시험 13회로 일반법관 중 최고 선임법관이자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중용되지 못한 것을 대법원도 배려한 듯 이용훈 대법원장의 김종훈 비서실장이 자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흥복대전고법원장

▲이흥복대전고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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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법원장은 고별사에서 먼저 “지난 73년 20대 후반의 푸른 나이에 법관을 시작한 이래 33년의 시간이 흘러 60대의 흰머리를 이고 퇴임하려 하니 가슴에 만감이 교차한다”며 “어느 아침 문득 헤아려 보니 일반법관의 맨 앞쪽에 서 있는 저를 발견하고, 이제는 떠나야 할 때임을 절감했다”고 용퇴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사법관으로 종신하지 못하고 법원을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나, 그간 재판업무와 사법행정 업무에 있어 주요보직을 두루 맡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저는 국가와 사법부의 은혜를 크게 입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고법원장은 “회고하건데 재판업무에 있어 당사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재판, 경우에 맞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재판을 하고자 나름대로 애썼고, 각급 법원장으로서는 법관과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일할 맛 나는 일터 분위기와 근무여건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의 권위를 훼절(부딪쳐 꺾임)하고, 사법의 독립을 흔들려는 행태로부터 법관과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썼다”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뒤돌아보면 지혜롭지 못한 탓으로 모든 것이 미진했고,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한없이 자세를 낮췄다.

이 고법원장은 또 “한때나마 사법부를 향한 괴이한 바람과 행태의 와중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기도 했다”며 “이제 법원에서 가소로운 수구, 진보 등 쓸데없는 담론은 사라지고, 큰 바위와 같은 웅혼한 정신과 리더십이 충만하기를 기원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끝으로 이 고법원장은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떠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지만, 법원가족의 큰 성원을 안고 가기에 마음은 오히려 가볍다”며 “한 때 괜찮은 법원장으로 이런 사람이 있었다고 기억해 주면 참 고맙겠다”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

◈주요 약력 = 이흥복(李興福) 고법원장은 46년 충남 천안 출신으로 천안고와 연세대 법대를 나와 제1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73년 청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민․형사지법 판사, 대구고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법 부장판사,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법원장, 수원지법원장, 서울중앙지법원장, 부산고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월부터 대전고법원장과 특허법원장을 겸임해 왔다.

이 고법원장은 지난 2000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5.18 민주화 운동으로 해직당한 교수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강제 조정으로 국가의 첫 배상 판결을 내렸으며, 2000년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의 공무상 비밀누설사건에서도 무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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