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받다 투신 자살…국가 30% 책임

서울중앙지법 “경찰관 피의자 신병관리 소홀” 기사입력:2006-08-21 17:08:25
피의자가 경찰조사를 받던 중 경찰이 방심한 틈을 타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숨졌다면 망인에게 70%의 책임이, 국가는 피의자의 신병관리를 소홀히 한 30%의 과실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이근윤 부장판사)는 최근 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돼 경찰과 함께 현장조사를 받던 중 창문으로 뛰어내려 투신자살한 A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7,9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절도 혐의 첩보를 받고 내사하던 중 망인에게 폭력사건으로 조사할 것이 있다고 전화해 2005년 4월 8일 망인을 만났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해 줄 것을 요구받고 경찰서로 함께 갔다.

이후 경찰은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하던 중 망인을 긴급체포했다. 문제는 수갑을 차고 망인의 사무실에 현장 답사를 나갔다가 벌어졌다. 망인은 한 경찰관에게 모두 얘기할 테니 다른 경찰들을 사무실에서 내보내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둘이 남게 되자 망인은 물컵을 경찰에게 집어 던진 다음 손목에 수갑을 찬 채로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내려 14m 아래 땅으로 추락했다. 경찰은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과다 출혈로 사망하고 말았다.

이에 유족인 원고들은 “경찰이 망인에 대한 신병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이 사건 사고로 사망하게 된 만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2억 3,000여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긴급체포돼 구금상태에 있는 피의자의 경우 처벌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자살 또는 자해, 도주 등 돌발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피의자를 호송하는 자는 피의자의 심리상태를 잘 파악해 행동을 세심하게 감시함으로써 우발적 사고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은 피호송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으로 포박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단순히 수갑만 찼고, 망인이 물컵을 던지고 창문으로 뛰어 내릴 때까지 경찰관들은 저지하지 못했다”며 “이 사고는 경찰관들의 망인에 대한 감시 소홀 등 신병관리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만큼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망인은 절도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이번에도 절도로 긴급체포된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처벌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도주를 위해 창문으로 뛰어 내리거나, 우발적 충동적으로 자살할 수도 있었다는 점을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망인도 스스로 창문으로 뛰어내려 사고를 유발한 만큼 70%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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