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알리지 않은 보험계약은 무효

부산지법,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 한 보험계약 기사입력:2006-08-02 22:15:01
보험계약 체결 당시 피보험자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사실을 숨긴 채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자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보험계약은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 해당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이승호 부장판사)는 화재로 사망한 피보험자의 법정상속인인 부모가 “보험금 2억원을 지급하라”며 △△△△보험회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OOO은 2003년 8월 피고 보험회사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거나 장애1급이 됐을 때 보험금 수익자인 법정상속인이나 자신에게 보험금 1억 2,000만원을 지급하고, 특히 피보험자가 재해로 사망한 경우 상속인에게 별도로 8,000만원을 지급하기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OOO은 2003년 11월 모 사찰 요사채에서 기거하던 중 방에 켜져 있던 촛불이 넘어지면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이에 법정상속인인 OOO의 부모는 보험사에 보험금 2억원의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OOO이 보험계약 체결 당시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수년간 약물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지하지 않아 피고가 보험계약을 해지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보험계약은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 해당해 무효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맞섰다.

실제로 OOO은 지난 96년 3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정신분열증으로 약물 치료를 받았는데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고, 오히려 수도꼭지를 틀어놓거나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정상인으로서의 생활 능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였다. OOO이 요사채를 찾은 것도 악화된 정신분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보험자인 OOO이 정신분열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은 피고에게 있어 보험계약 체결여부 또는 보험계약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사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OOO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이를 고지하지 않은 만큼 피고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피고가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OOO이 정신분열증과는 무관한 화재로 사망했으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보험사고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평소 생활이 정상적이지 않았고, 화재 당시 탈출 흔적도 없이 반듯이 누운 상태로 소사한 점 등에 비춰 정신분열증과 화재로 인한 사망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보기 어려워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OOO은 적어도 심신박약 상태에 있었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 한 보험계약에 해당해 상법 제732조의 규정에 의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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