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압수사로 살인 허위자백 고교생 무죄

서울동부지법, 유죄증거 부족...수사기관 허점 지적 기사입력:2006-07-27 18:48:54
같은 학교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고교생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폭행 등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무죄를 선고 받아 경찰의 강압수사에 따른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규홍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에 대해 “손을 한 번 봐 줘 야겠다”는 소문을 학교에 퍼트렸다는 이유로 귀가하는 동급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된 A(17)군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징역 15년을 구형한 사건.

공소사실에 따르면 A군은 같은 학교 동급생인 B군이 자신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손을 한 번 봐 줘 야겠다”는 소문을 학교에 퍼트리자 앙심을 품고 귀가하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도로에서 흉기로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A군은 만화책을 보며 집에 있었을 뿐 살인 현장에 가지도 않았다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경찰관의 폭언, 폭행, 협박 등으로 허위 자백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행을 공모했다는 피고인과 J군의 자백진술을 보면 범행 흉기 구입 경위, 피해자를 칼로 찌른 자, 범행 후 도망갔다는 경로 등에 대해 각각 진술 시점마다 일관성이 없거나 서로의 진술이 모순되고, 객관적 상황에도 부합하지 않아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J군에게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범행을 부인하는 현저한 생리적 이상 반응을 보인 사실은 알 수 있으나, J군은 만15세에 불과한 소년으로 거짓말탐지기 검사의 신빙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한 심신상태에 있다고 보이지 않아 검사 결과가 거짓반응이 나왔더라도 경찰에서의 자백 진술이 법정에서의 부인 진술보다 신빙성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기본적인 범인 지목 방법에서의 수사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인 식별 절차에서 피고인 및 J군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명을 같은 조건으로 목격자에게 대면시키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목격자가 용의자들의 체격 정도만을 보았을 뿐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관찰하지 못했는데도 피고인에게 수갑을 채워 경찰서 현관 앞에 서 있게 했으므로 정당한 범인 지목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 등에 따르면 범행현장 부근에서 발견된 범행 도구에서 피고인의 지문이나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과 타액에서 피고인 관련 유전자형이 검출되지 않은 사실, 피고인 집에서 압수한 신발 등에서 범행과 관련된 혈흔 및 범행 현장의 흙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는데 방해가 되고 오히려 피고인의 변소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흉기에 찔러 신음소리를 내는 피해자의 112신고 음성이 피고인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을 단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설령 피고인의 이름과 비슷한 음을 발음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하더라도 이 점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과 J군은 법정에서 경찰에서의 자백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또한 경찰로부터 폭언, 폭행,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공판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경찰 조사 도중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조사관으로부터 뺨을 5~6대 맞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혀 경찰의 강압수사에 따른 파문이 예상된다.

한편 재판부는 “무릇 형사재판에서 공소 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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