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5명, 다양한 취임 각오 밝혀

최고법관으로서 2012년 7월까지 6년 임기 기사입력:2006-07-11 20:23:58
이홍훈·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신임 대법관이 1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고위법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들 신임 대법관들은 앞으로 2012년 7월까지 6년간 최고법관으로서 사법부를 이끌어 나가게 된다. 다음은 이들 대법관들의 취임 일성(一聲)을 정리했다.

◈ 이홍훈 대법관 “국민 기본권 보장에 심혈”

이홍훈 대법관은 먼저 “저에게는 과분한 영광입니다만, 제 자신의 명예로움보다는 대법관으로서의 막중한 역사적 책임과 사명을 생각할 때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된다”고 겸손해 했다.

이 대법관은 이어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재판의 요체에 관해 갈파하신 ‘성의’를 갖고 사건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함은 물론이며, 불편부당하고 공평무사한 마음으로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국민의 소리에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며, 국민을 섬기고자 노력해 헌법상 최고의 이념인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아울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한 배려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법관은 “현대사회는 모든 변화와 다양한 욕구 및 분쟁을 법이라는 제도의 틀 속에서 수용해 해결돼야 한다는 법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따라서 합리적 이성에 의한 법을 통해 조화와 균형 및 인류의 공존과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동화적 통합과 시대정신을 구체적 판결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 박일환 “법원가족 모두가 능동적으로 노력해야만 변화 가능”

박일환 대법관은 “이번 대법관 임명과정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법원에 보내준 애정과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며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법관은 “국민들은 법원에게 사회의 각종 분쟁에 대해 다양한 가치관이 반영되는 좋은 판결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런 기대를 대법원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채우기 어렵다”면서 “하급심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표현되어야만 대법원에서도 좋은 판결을 할 수 있는 만큼 우리 모두가 함께 능동적으로 노력해야만 변화가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 김능환 대법관 “대법관은 시대정신에 깨어있으면서 정의를 밝혀야”

김능환 대법관은 “대법관으로 임명된 것을 대단히 영예롭게 생각한다”면서 “대법관은 시대정신에 깨어 있으면서 독립해 무엇이 정의인지를 밝히고, 국민 각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라는 엄숙한 사명을 국민으로부터 부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우리 사법에 있어 대법관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심급제도와의 관계에서 어떠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새삼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과연 그 책임을 다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낼 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아울러 중국의 법철학자 오경웅 박사의 말을 인용한 김 대법관은 “‘국민은 법관이 완전무결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정직하고 공평하며 솔직하고 합리적이기만을 기대한다. 법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대하고 진실한 정신과 문제에 정면으로 대처할 마음의 용기’라고 갈파했던 바에 힘입어, 국민이 부여한 대법관으로서의 소명을 감히 감당하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전수안 대법관 “큰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일 없도록 경계”

전수안 대법관은 “오늘 대법관으로서의 임무를 시작하기에 앞서, 국민과 국가 사이의 약속을 되새겨 보았다”며 “그 중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한 국가의 약속에 유념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대법관으로의 부름을 받고 직전 근무지인 광주를 떠나오면서, 그 곳 5·18 묘역에 머물러 있는 137인의 풀지 못한 한이 끝내 좌절하지 않고 의미 있는 미래의 역사가 되도록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덧붙였다.

전 대법관은 “무엇보다 법원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에 헌신하겠다”며 “재판이 공정할 뿐 아니라 공정한 것처럼 보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관 또한 청렴할 뿐 아니라 국민들의 눈에 청렴하게 비쳐야 한다. 국민은 공직자에게 사사로운 의리나 지키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에 공감하면서, 법원 구성원이 지켜야 할 것은 의리가 아니라 정의임을 유념하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전 대법관은 “나아가 재판에 임하는 법관으로서는 불편부당하다는 신뢰가 생명이라고 생각되므로, 저 역시 저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한 보수 및 진보단체의 편파적 신뢰나 일방적 기대를 망설임 없이 털어 버리고 기꺼이 배반하면서, 오직 국민들이 갈구하는 정의의 발견과 선언에만 전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고독한 성에 머무르거나 공허한 정의를 선언하는 대법관이 되지도 않겠다”며 “다양한 법원 밖 비난의 목소리까지도 두려움 없이 두루 경청하여서, 높은 담을 넘어 들어오는 큰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전 대법관은 “법원 내 소수자 내지는 자유주의자의 역할도 감당하고자 한다”며 “대법관은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마지막 자리인 만큼 동료 대법관과 대법원장에게까지도, 법원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법원 밖 정당한 목소리까지 가감 없이 전달하는 일에 용기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 안대희 대법관 “사법부 독립 위해 신명 바치겠다”

안대희 대법관은 “사법부 밖에서 있다가 오늘부터 영광스럽게도 대법관으로서 법원가족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돼 매우 기쁘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이어 “그러나 저는 검찰에서 쌓아 온 경험과 식견을 토대로 새롭게 재판에 관한 지식을 보완한다면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는데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고, 또한 그 동안의 사법부에 대한 존중과 애정의 자세와 마음에 비춰 여러분들과 함께 호흡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일체감을 표시했다.

안 대법관은 “대법원이 미래를 지향하는 법을 선언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최고 정책법원으로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사법에 대한 진정한 신뢰라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며 “밖에서 본 사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구성원 모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상당한 수준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아직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사법부의 존립 근거인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항상 국민을 섬기는 자세를 잃지 않고 어떻게 하면 국민과 의사소통하며 그들의 진실한 목소리와 숨결을 듣고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여러분과 함께 지혜를 모으겠다”며 “또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 신명을 바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 대법관은 “그리고 권력으로부터, 여론으로부터, 나아가 법원 내부로부터도 독립해 오로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하는 법관이 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구호만이 아닌 진정한 사법부의 독립, 당위에 의한 존중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신뢰를 받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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