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법사상 최초 성전환자 호적 정정 허가

각급 법원의 엇갈린 호적정정 판결 교통정리 기사입력:2006-06-22 20:03:43
사법사상 최초로 성전환자 일명 트랜스젠더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대법원 결정이 나왔다.

각급 법원은 그동안 사안별로 호적 정정을 허용한 경우도 있고, 허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논란이 돼 왔는데 이번 결정을 통해 성전환자의 호적이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의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종식시키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22일 성전환 여성 A(55)씨가 “호적상 성을 남성으로 바꿔달라”며 낸 개명ㆍ호적정정신청 재항고 사건(2004스42)에서 성별 정정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호적법에는 성전환자의 바뀐 성을 정정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지만, 진정한 신분관계가 호적에 기재돼야 한다는 호적의 기본원칙과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출생 당시 생물학적 성과는 달리 반대의 성을 가진 사람으로 행동하고, 신체(성기 포함) 역시 반대의 성으로 만들려고 성전환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반대의 성으로 갖추고, 자신을 바뀐 성을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외관과 성관계 등도 바뀐 성에 따라 활동해 주위사람들도 바뀐 성으로 알아 허용하고 있다면 이런 성전환자는 사회통념상 바뀐 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성전환자에게 호적상 성별란의 기재사항을 바꿔줘도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ㆍ의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사회통념상 이름이 성별 구분의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 정정을 허가하는 경우에는 개명 역시 허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반대의견 = 손지열ㆍ박재윤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호적법에 정해진 호적 정정은 잘못 기재된 호적을 출생시에 소급해 정정하기 위한 제도로 성전환자는 출생신고 당시 성별의 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어서 최초의 호적 기재도 착오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호적 정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 대법관은 또 “성전환은 남자로부터 여자, 여자로부터 남자로의 성 변경이고, 성 변경은 헌법과 법률이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문제이므로 일반 국민의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성 변경의 요건과 절차 및 효과를 정하는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이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의 호적정정허가신청을 선별적으로 인용한다면, 성 변경 허가재판의 적벙성과 타당성에 관한 보장이 미흡하고 법원마다 재판결과가 구구해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 본인이나 이해관계인들의 법률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불분명해 법적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입법촉구 =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의 차이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해석상 호적정정제도로서 허용해줄 수 있는가 라는 데에서 나온 것이지만 성전환자에 대한 구제는 의학적·법률적 요건, 절차·효과 등에 관한 모든 사항을 정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법이라는 점에 있어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입장을 같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아울러 주심을 맡았던 김지형 대법관은 보충의견에서 “어떤 형태로든 가시적인 입법조치를 예상하기 힘든 현 시점에서 입법이 없다는 이유로 구제를 포기하기보다는 법원이 성전환자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 호적법상 정정에 대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통해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사법적 구제수단의 길을 터놓는 것이 미흡하나마 성전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 대법원 결정의 의미 = 이번 결정과 관련해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과, 법원의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에 입각헤 성적 소수자에 대한 구제의 길을 제시한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앞으로는 성적 소수자인 성전환자가 호적과 주민등록번호를 고칠 수 있게 됨으로써 개인이 주변의 멸시 및 신분상의 불이익에서 벗어나서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정상적으로 직업 및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기존의 일부 편협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성전환자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소수자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 싹트는 계기로서 기능할 것으로 대법원은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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