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난 뺑소니 사고 신고를 위해 차를 몰고 경찰서에 갔다가 되레 전날 마신 술이 덜 깨 음주측정에 걸려 생계가 막막해진 택시기사에게 운전면허 취소는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성수 판사는 지난 2일 뺑소니 신고를 하러 갔다가 되레 음주측정에 걸려 면허가 취소된 택시기사 A(62)씨가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2005구단10470)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김 판사는 아울러 경찰의 면허취소처분에 대해 이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집행을 정지토록 했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A씨는 87년 11월 개인택시면허를 취득해 영업을 시작한 이래 교통법규위반 없이 운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05년 9월 16일 개인택시가 쉬는 날이어서 서울 가양동 OO노인정에서 노인들이 권하는 술을 거절하지 못하고 소주 4잔을 마셨다.
다음날 택시영업을 위해 밤 11시경 집으로 귀가해 잠을 잤고, 오전 7시경 개인택시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오전 7시 40분경 다른 승용차가 자신의 택시를 들이받고도 그냥 도주하는 바람에 양천경찰서에 찾아가 뺑소니 신고를 했다.
문제는 그 때였다. 경찰이 원고에게 “술 냄새가 난다”며 음주측정을 요구해 오전 11시 40분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02%가 나왔다. 이에 경찰은 위드마크 공식으로 역추산해 혈중알코올 농도 0.13%의 주취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이유로 면허를 취소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전날 술을 마시기는 했으나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 술이 깬 줄 알고 도주차량 신고를 위해 스스로 경찰서에 찾아간 사실이 인정된다”며 “비록 위드마크 공식에 의한 혈중알코올농도가 0.13%이기나 하나 음주운전 시점이 최종 음주시점으로부터 무려 8시간 이상 지난 후여서 오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음주운전뿐 아니라 경미한 교통법규위반 전력도 없는 점과 면허가 취소될 경우 성당에서 부양을 의뢰한 1급 지체장애인은 물론 가족의 생계가 곤란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면허취소로 인해 피고가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에 비해 원고가 입을 불이익 등이 현저하게 커 재량권 범위를 벗어난 것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면허취소처분의 집행으로 원고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인정되고, 달리 집행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면허취소처분은 이 사건 판결 확정시까지 직권으로 집행을 정지한다”고 덧붙였다.
뺑소니 신고하다 음주운전 면허취소는 가혹
서울행정법원 김성수 판사 “재량권 벗어나” 기사입력:2006-06-09 15: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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