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감정으로 이혼 응하지 않을 때만 이혼청구

대구지법 “혼인파탄 책임 당사자는 이혼청구 못해” 기사입력:2006-05-03 16:33:40
부부관계의 불화가 남편의 카드 빚을 놓고 아내와 시부모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면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고 볼 수 없고, 설령 그렇더라도 남편은 이혼청구를 할 수 없으며, 아내가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만 이혼청구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3가사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최근 남편 A(37)씨가 “혼인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없으면서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부인 B(33)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소송에서 1심대로 원고패소 판결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0년 3월 아내 B씨와 결혼해 부모님을 모시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그런데 A씨는 혼인 전에 사용한 것을 포함해 신용카드 채무가 상당액에 이르자 아내의 어머니와 언니에게 부탁해 연대보증 아래 2000만원을 대출 받아 채무의 일부를 변제했다.

그래도 A씨의 카드 빚을 다 갚지 못해 B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도 비디오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시아버지의 만류로 그만 두기도 했다. 그 후 2003년 4월 B씨는 친정어머니 소유의 건물에서 만화가게를 개업했고, 시부모가 이유를 물어 남편의 카드 빚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A씨는 부모가 나무라자 카드 빚은 아내와 연애시절 많이 썼다고 둘러대 B씨는 시아버지로부터 크게 꾸짖음을 받기 시작해 결국 B씨는 2003년 5월부터 친정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생활했다.

그 후 B씨는 시부모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했으나 시부모는 B씨가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고 꾸짖었고, 이로 인해 감정만 상한 채 헤어졌다. 그러자 A씨는 아내에게 이혼을 제의하기 시작하다가 이혼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피고는 원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생활하는 상황에서 원고가 카드 빚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원고 부모는 그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다고 생각해 시작된 피고와 시부모간의 갈등이 원·피고의 별거로 이어지면서 신뢰관계가 흔들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는 원·피고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피고가 시부모로부터 불신과 질책을 받게 된 데서 비롯된 이상, 원·피고가 부모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원만한 부부관계와 가정생활을 되찾게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혼인관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가사 원·피고가 혼인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빚진 채무에 대한 책임을 피고에게 전가함으로써 피고가 시부모로부터 노여움을 사게 된 데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으므로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은 원고와 시부모에게 있을 뿐 피고에게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함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을 뿐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원고의 이혼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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