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여성 자궁경부암 사망…위자료 3000만원

서울중앙지법 “성매매 강요로 성적자기결정권 등 침해” 기사입력:2006-05-02 17:35:32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2년 4개월 동안 생리기간은 물론 하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매매를 강요당하다 결국 자궁경부암으로 숨진 30대 여성이 사망 직전 악덕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이 나와 유일한 유족인 딸이 위자료 3,000만원을 받게 됐다.

자궁경부암 발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어 성매매 강요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성매매 강요행위로 인해 망인의 성적자기결정권, 인격권 등이 침해된 점을 인정한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제25민사부(재판장 성기문 부장판사)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악덕 업주로부터 하혈이 있는데도 성매매를 강요당하다가 자궁경부암에 걸려 숨진 A씨가 사망 직전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지난달 26일 “피고는 A씨의 딸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2004가합106485)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1년 10월 피고로부터 선불금 300만원을 받고 과거 성매매 집결지로 유명했던 ‘미아리 텍사스’의 성매매 업소에서 2003년 1월초까지 일했다.

그런데 피고는 성매매를 위해 고용한 여성들이 몸이 아파서 성매매를 하지 않을 경우 벌금 50만원, 지각할 경우에는 시간에 따라 벌금 10∼20만원을 부과하는 악덕 업주였다. 때문에 고용여성들은 선불금 탕감을 위해 생리기간 중에도 무리하게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피고는 성매매 대가로 받은 7만원 중 자신이 6만원을 가로채고 성매매 여성들에게는 1만원만 줬는데 그것조차 착취하기 일쑤였으며, 고용여성들에게 호객행위를 시켜 경찰의 단속을 당해 물게 되는 벌금 역시 고용여성들이 부담하게 했다.

특히 피고는 A씨가 잦은 하혈로 인해 병원에 가서 치료받기를 원했는데도 진통제를 먹고 성매매를 할 것을 강요하기까지 했다. 나아가 A씨가 진통제를 사러 약국에 갈 때도 감시인이 동행하며 도망가지 못하도록 늘 감시했다.

그러던 중 A씨가 결혼을 위해 일을 그만두려 하자 피고는 “빚을 다 갚기 전까지 갈 수 없다”고 말해 결혼할 남자가 A씨가 진 빚 등 모두 2,200만원을 주고 난 뒤인 2003년 1월에야 업소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불행은 계속됐다. 2004년 12월 잦은 하혈로 인해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자궁경부암 말기진단을 받은 것. A씨는 곧바로 “하혈증상이 있는데도 진료조차 못 받게 하고, 생리기간 중에도 쉬지 않고 성매매를 시켜 자궁경부암이 발생했다”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피고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도록 강요한 적도 없으며, 설령 A씨의 주장과 같이 지속적인 성매매를 하도록 한 것으로 인해 자궁경부암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맞섰다.

이렇게 소송을 진행하며 투병하던 A씨는 결국 4개월만인 2005년 3월 딸 하나만을 남겨둔 채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에 유일한 상속인인 딸이 소송을 승계 받아 후견인이 재판을 계속한 것.

법원은 먼저 성행위와 자궁경부암과의 인과관계를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궁경부암은 다수의 사람과의 성행위 등이 주된 원인이나 특정된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과 피고의 강요에 의한 성매매로 인해서만 병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의 불법행위가 있었더라도 병의 발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는 성매매 강요와 부당한 영업방식으로 A씨가 성매매업에 계속 종사하게 됐고, 특히 하혈을 하면서도 감금으로 병원조차 못 가는 바람에 자궁경부암의 적정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돼 성적 자기결정권과 인격권, 신체와 행동의 자유 등을 침해당한 정신적 고통을 인정할 수 있다”며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피고는 A씨에게 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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