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남편 살해한 주부 집행유예…이례적 선처

창원지법 “가정폭력 시달려 극도의 증오심에서 우발적 범행” 기사입력:2006-04-13 11:09:06
결혼 후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끝내 남편을 살해한 30대 주부에게 법원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나머지 극도의 증오심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과 범행 이후 자수하며 깊이 뉘우치는 점 등을 들어 이례적으로 집행유예의 ‘선처’를 내렸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12일 남편을 살해한 A(39)씨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면서, 중병환자 간호 등 2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린 것.

피고인은 피해자와 지난 95년 11월 혼인하고 2003년 9월 협의이혼 이후에도 사실상 혼인생활을 지속해 왔고, 결혼 이후 10년간 피해자로부터 계속 폭행을 당해왔다.

그러던 2005년 6월 술에 취해 귀가한 피해자가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침대 밑에 두었던 각목을 꺼내 피고인의 머리 등을 때리고, 다시 주먹과 발로 온몸을 때렸다. 또한 피고인이 성행위를 거부함에도 강제로 성행위까지 했다.

피고인은 결혼한 이후 계속 폭행 당한 것에 대한 아픔과 성행위까지 강요당한 분노에 자살하려고 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죽고 나면 피해자가 자녀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장롱 안에 있던 넥타이를 꺼내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말았다.

법원은 특히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어떤 가치보다도 소중한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행위로서 엄중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도 양형 이유에서 살인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망인과 결혼해 두 딸을 두었는데 망인은 일정한 직업이 없어 현재까지 궁핍한 생활을 해 왔고, 결혼 내내 피고인에게 폭행을 가했으며 딸들에게도 친자임을 부인하면서 폭력을 행사해 왔고, 사건 당일에도 각목과 발로 피고인의 머리와 온몸을 때려 머리가 찢겨지는 등 전신이 상처투성이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을 위협해 강제로 성행위를 해 피고인은 계속된 폭행과 강요된 성행위로 인해 지친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망인의 가정폭력과 협박에 정신적·육체적으로 시달린 나머지 망인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과 증오심에서 범행에 이르게 되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순간적이고 우발적인 충동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그 정상에 상당한 정도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의 유족인 딸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 어머니인 피고인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점, 피고인이 초범이고 연령이나 성행 등에 비추어 또 다른 재범의 위험성이 없어 보이는 점, 피고인이 범행 직후 스스로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알리고 자수했을 뿐 아니라 범행 이후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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