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유능한 중견 법관이라도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승진에서 탈락하면 사직하는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은 법을 준수해야 할 사법부가 법률에 위반하는 사법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Mr 쓴소리’의 주인공은 의정부지법 포천시법원 임희동 판사. 그는 21일 법원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고등법관 신규임명과 합의부 재판의 실질 합의화’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글을 게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임 판사는 지난해 8월에도 법원조직법상 대법관이 맡도록 돼 있던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이 아닌 개혁적인 인사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고, 우연의 일치인지도 몰라도 이용훈 대법원장은 취임 후 장윤기 창원지법원장을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했다.
임 판사의 글을 소개하기에 앞서 그의 경력이 눈에 띈다. 사법시험 제16회에 합격해 육군법무관을 거쳐 79년 부산지법 판사와 순천지원 판사를 역임한 뒤 8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후 20여년간 변호사 활동을 하다가 2001년 시·군법원 판사로 재판부에 복귀했다. 비록 직위가 일선 판사에 불과하지만 법조경력만으로 볼 때 대법관을 상회한다.
◈ “사법개혁 다루면서 고등법관 신규임명 검토 없는 것은 유감”
글을 소개하면 임희동 판사는 “임기 6년의 대법관처럼 임기 10년의 고등법관을 지원에 의해 신규로 임용하고, 임명된 고등법관은 임기 중에 고등법원 재판에만 관여한 뒤 임기가 지나면 퇴임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데 사법개혁을 다루면서 ‘고등법관 신규임명’에 대한 검토가 없는 것은 유감”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임 판사는 “지금처럼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보직 발령을 받은 법관이 지법원장이나 대법관에 제청될 것으로 기대되는 제도 아래에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아무래도 여러 가지 눈치를 보면서 재판에 임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고등법관 신규임명’ 주장에 대한 근거”라고 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법원장이나 대법관은 10년 임기의 고등법관은 제외하고, 일반법관으로 법원행정처에서 근무하거나 지방법원 재판에만 임한 법관 중에서 임명하고, 고등법관은 고등법원 재판에만 임하게 함으로써 진정한 사법부 독립의 고등법원 재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판사는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와 발 맞추어 임기 10년의 고등법관의 임명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법부 독립의 고등법원 재판을 하게 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법원이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개혁이 검토되지 않는 사법개혁은 요체를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임 판사는 “현실은 법관 단일호봉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보직 발령되면 대우가 달라지고, 그럼으로써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탈락한 유능한 중견 법관이 사직하는 사태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법을 준수해야 할 사법부가 법률에 위반하는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배석판사제도 폐지…합의부는 부장판사 3인이 재판해야
또한 임희동 판사는 “지금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의 합의부 재판의 현실은 부장판사 단독재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합의부 배석판사가 합의에 관여하는 비중보다 단지 배석의 역할에 그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임 판사는 이어 “합의할 때 부장판사와 배석판사가 합의를 하는 것과 부장판사끼리 합의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차이가 있다”며 “따라서 배석판사 제도를 폐지해 배석판사를 연구법관으로 보직 발령하고, 3개의 합의부를 1개의 합의부로 통합해 부장판사 3인이 재판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렇게 하면 현실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시행할 수 있는 일을 왜 법원행정처에서 검토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임 판사는 또 “단독 재판도 부장판사에 준하는 경력법관으로 하여금 단독사건을 재판하게 하고, 이 단독재판장을 보좌할 연구법관 1명씩을 보직 발령해주면 재판의 질이나 국민들로부터 받는 신뢰가 더 증가할 것”이라며 “예비판사제도를 폐지하고, 연구법관으로 보직 발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판사는 끝으로 “물론 이런 주장이 현실과 괴리되는 점이 어느 정도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하지만 진정한 사법개혁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재판제도의 정립이라고 본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현직 판사 “사법부가 위법한 사법행정” 직격탄
임희동 포천시법원 판사, 고법부장 탈락…사직 사태 조장 기사입력:2006-03-24 20: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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