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재판을 확대하지만, 불구속 재판이 곧 용서(집행유예나 벌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해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려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정 구속하는 등 단죄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법원장 이홍훈)은 지난 2월 인사이동 후 새롭게 구성된 단독재판장 36명과 합의·항소부장 등 형사재판장 전원이 8일 모여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06년 형사재판 운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 구속은 신중하게 = 법원은 구속영장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불구속재판을 확대해 인신구속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특히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영장기각을 늘리고, 비례의 원칙을 가능한 폭넓게 적용해 구속으로 인한 피의자 가족의 생계유지 곤란 등 불이익도 고려하기로 했다.
그러나 조직폭력범죄, 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 부패범죄 등 정책적 고려에 의한 영장발부가 필요한 사건을 제외하고는 본안에서 실형이 예상되는 사건은 영장을 발부한다는 방침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심사 시 압수수색의 범위를 수사의 목적 범위 내로 엄격히 제한하도록 함으로써 지나치게 포괄적인 압수수색 집행으로 인해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등의 폐단이나 당사자에게 모멸감을 주는 등의 인권침해 소지를 미연에 방지키로 했다.
◈ 절차는 투명하게 = 판사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위주의 기록을 밀실인 사무실에서 검토해 판결하던 기존 사건처리 관행을 과감히 벗어나기 위해 서면제출과 진술로 끝내던 공판을 구술위주로 바꿔, 피고인·검사·변호인이 공판에서 주장의 요지를 직접 진술하고 이를 조서에 기재토록 하는 등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유·무죄의 심증은 물론 양형 자료까지 모두를 법정에서 공방을 통해 얻고자 하기 위한 공판중심주의 조치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위해 우선 형사합의 25부와 1단독을 시범재판부로 지정했으며, 아울러 시범재판부와 관계없이 일반재판부도 실시 가능한 것부터 과감히 실천해 나가기로 했다.
◈ 형은 엄정하게 = 무엇보다 불구속 재판이 곧 용서(집행유예나 벌금)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줘 정의가 바로 서는 법정을 구현하기 위해 법정에서 유ㆍ무죄를 가리되,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 합당한 처벌을 하고 필요한 경우 법정 구속할 방침이다.
사회지도층 범죄 특히 공무원 뇌물사범이나 금융기관 임직원의 배임수재 행위와 업무상 횡령, 분식회계 등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적정한 양형을 도출하기 위해 판사들의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여론이나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엄정한 법집행을 해 나가기로 했다.
◈ 전관예우 시비 없앤다 = 이날 형사재판장들은 어떤 통계분석으로도 형사부에 ‘전관예우’ 관행의 존재를 인정할 수는 없는데도 언론 등에서 계속 전관예우 관행이 존재함을 전제로 법원을 비판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따라서 재판장들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재판의 결론을 통해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전관예우 관행이 존재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기로 했다.
법원은 피고인측이 전관예우를 기대하고 판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나 출신학교 등을 근거로 한 연고주의적 변호인 선임 경향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판부와 변호사와의 관계 등으로 회피하고 싶은 사건의 경우 다른 재판부의 재배당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 중요사건 신속처리 = 선거법위반사건 등 신속처리가 필요한 사건은 피고인신문절차 등을 통해 사건의 쟁점을 정리한 후 증거신청을 받되, 가능한 한 모든 증거를 일괄 신청하도록 하고 다수 증인에 대한 증거조사계획과 기일계획을 사전에 수립해 일괄기일 지정하는 계획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5ㆍ31 지방선거 후 당선자가 피고인인 선거법위반 사건은 접수 후 2개월 내에 처리를 목표로 하고, 형사부 전체와 법원 차원에서 인적ㆍ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담당재판부가 가진 모든 권한을 충분히 행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기존 사건 중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사건도 집중심리와 계획심리를 통해 가능한 한 신속히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 법관의 법정 태도 = 법관은 소송관계인에게 존댓말을 하고, 명료한 표현으로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특히 예단을 가진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말을 삼가는 등 법정태도를 순화해 나가기로 했다.
◈ 소외계층과 소수자 배려 = 소년범은 교화와 개전의 가능성을 고려해 따뜻한 관심을 갖고 친절하고 온화한 태도를 견지하고, 장애인이나 외국인은 통역인의 확보 등을 통해 법정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표명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외계층의 부족한 방어능력을 고려해 국선변호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충분한 방어기회를 보장하기로 했다.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인 여성이나 아동은 전자법정을 이용한 비디오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등 관련 법률의 보호규정을 통해 재판진행 과정에서 다시 상처를 받는 일이 없도록 배려하기로 했다.
불구속 재판이 용서라고…유죄면 법정구속 단죄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장 전원회의 열어 형사재판 운영방안 논의 기사입력:2006-03-13 11: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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