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국회와 맞짱…사법연수생 월급 대폭 인상

무려 28%나 인상…법원공무원 1.8%에 비하면 15배 기사입력:2006-02-24 21:04:19
사법시험 합격자 1천명 시대를 맞아 사법연수생의 80% 가량이 변호사로 진출하는 상황을 감안해 국회가 보수지급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와 반대로 대법원은 ‘혈세 낭비’라는 국민정서를 외면한 채 사법연수생의 보수를 무려 28%나 인상해 수면 아래에 있던 사법연수생 보수지급 논란이 뜨거운 쟁점으로 재연될 전망이다.

◈ 월급 28% 인상…월급만 1년차 140만원, 2년차 146만원

대법원은 지난 21일 대법관회의를 거쳐 사법연수생의 월급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대법원 규칙 제1997호를 개정·공포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번 개정으로 사법연수원 1년차 기간에 수습 중인 사법연수생(5급 1호봉 상당)은 종전 109만 3,800원에서 31만 1,000원이 인상된 140만 4,800만원의 보수를 매월 지급 받게 됐다.

또한 2년차 기간에 수습 중인 사법연수생(5급 2호봉 상당) 역시 종전 114만 3,300원에서 32만 4,600원이 인상된 146만 7,900원의 보수를 매월 지급 받게 됐다.

아울러 대법원은 사법연수생의 보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21일 공포했으나, 변경된 보수는 2006년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키로 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공무원 보수규정의 개정에 따른 2006년도 공무원 처우개선 수준에 준해 사법연수생의 2006년도 봉급액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법연수생들의 보수 인상폭은 무려 28%로 마치 프로 운동선수의 연봉 인상폭을 연상케 한다. 더욱이 올해 법원일반직공무원들의 보수인상폭 1.8%와 비교할 때 15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치이어서 법원 안팎의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법연수생은 월급만 받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사법연수생 1년차는 109만 3,800원의 봉급과 가족수당 2∼3만원, 상여금 300% 등 연간 1,588만 5,000원의 연봉을 받고, 2년차는 114만 3,300원의 봉급과 가족수당 2∼3만원, 상여금 310% 등 연간 1,670만 7,000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번에 월급이 28%나 인상됨에 따라 사법연수생 보수지급 총액은 지난해 325억 9,200만원 보다 훨씬 늘어나게 됐다.

◈ 국회 “판검사 임용비율 20% 불과…사법연수원은 변호사양성소”

무엇보다 대법원의 이번 조치는 사법연수생의 별정직공무원 규정을 폐지하고 월급도 무이자 대여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데다가 국회 예산정책처도 보수지급에 반대하며 개정안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월급 폐지 추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아 대법원으로서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커 보인다.

지난해 10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은 “사법시험합격자가 1천명을 넘는 상황에서 과거와 달리 판·검사로 임용되는 비율은 20% 정도에 불과해 사법시험은 변호사자격시험으로 바뀌었고, 사법연수원은 변호사양성소 성격이 강해져 사법연수생에게 공무원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2006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판·검사에 임용되는 사법연수생은 매년 줄어드는 반면 변호사가 되는 사법연수생이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예비변호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국가예산 낭비”라며 “무상대여방식으로 전환한 후 판·검사가 되면 비용상환을 면제해 주고, 변호사가 되면 비용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월급지급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도별 사법연수원 수료인원 및 판·검사 임용현황을 보면 2004년 수료자 966명 중 판사 77명과 검사 113명이 임용돼 임용비율이 19.6%였고, 2005년에도 957명의 수료자 중 판사 85명과 검사 96명만이 임용돼 18.9%로 더 떨어졌다. 올해 역시 895명의 수료자 중 판사 92명과 검사 95명만이 임용돼 판·검사 임용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 대법원과 변협 “일생동안 공익적 사명 의무 지우는 합리적 투자”

반면 대법원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구현을 직업적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국선변호 등 공공봉사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국가가 약간의 재정적 부담을 한 후 법조인에게 일생동안 공익적 사명을 수행할 의무를 지우는 것은 합리적인 투자라는 입장이다.

또한 사법연수생에게 연수에 전념할 의무를 부과하고 엄격한 직업윤리와 자기관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신분을 부여하고 품위유지에 필요한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불가피하며, 특히 2008년부터 로스쿨이 설치될 경우 2013년에 가면 사법시험이 전면 폐지되기 때문에 보수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같은 입장이다. 변협은 지난달 월급지급을 폐지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변협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하고 있으며, 법률에 따라 국가지방자치단체 기타 공공기관의 위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만큼 국가에서 사법연수생을 교육시키는 것이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라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사법시험 선발인원의 확대와 로스쿨 도입 취지 그리고 변호사 업무의 영리적 성격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변호사들이 다른 자격증 소지자에 비해 특별히 공익적 의무를 지거나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법시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사법연수생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일정액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나중에 갚게 하는 ‘무상대여제도’를 2010년 도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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