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 부풀려 ‘펌질’…명예훼손 책임

대법, 무분별한 퍼 나르기 습관에 경종 기사입력:2006-02-21 10:45:41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글이나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토대로 부풀려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데 활용했다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퍼 나르기’ 습관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최근 벤처기업 대표 N(44)씨 등 4명이 “인터넷에 악의적인 비난 글을 올려 명예가 훼손됐다”며 J(38)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J씨는 2001년 1월 N씨의 기업 허위공시를 믿고 주식을 샀다고 손해를 보자 주시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N씨 등이 인터넷 주식공모로 돈을 빼돌렸다”는 글에 더해 “N씨 등은 배후세력이 있는 전문사기꾼 조직으로 사기범행을 획책하고 있다”는 등의 비방 글을 올려 소송을 당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터넷에서 무료로 취득한 정보는 누구나 손쉽게 복사ㆍ가공해 게시ㆍ전송할 수 있어 진위가 불명확한 것은 물론 출처도 특정하기 어려우므로, 게시판 등에 있는 자료를 보고 확인도 없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저하할 만한 사실을 적시했다면 행위자가 진실이라고 믿었더라도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의 취지는 원고들이 비호세력 또는 배후세력이 있는 전문사기꾼 조직으로서 서로 공모·분담하며 회사를 교묘하게 이용해 사기 행각을 벌이고 그 돈으로 다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또 다른 사기범행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원고들이 인터넷 주식공모를 통해 금전을 편취했다는 사실을 단순히 과장하는 수준을 넘어 다른 사람이 올린 글을 기초로 새로운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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