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곤 못 살아”…여성 이혼상담 1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05년 이혼상담 분석 발표 기사입력:2006-02-08 01:48:47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가정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회적 우려를 입증하듯 여성이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 배우자의 폭력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이혼상담 3,537건(여성 3112명, 남성 425명)을 분석한 결과를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우자의 폭력 등 부당한 대우’로 인한 상담이 매년 증가해 35.9%(1118명)를 기록하며, 여성 이혼상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33.5%(1043명)였으며,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18.2%(566명) 순으로 나타났다.

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50∼60년대에는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여성들의 이혼상담 사유의 1위를 차지했고, 80년대부터 2004년까지는 생활 무능력이나 부부간의 성격 차이 등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수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달라진 변화다.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매를 맞으면서까지 혼인생활을 할 수 없다’는 여성들의 폭력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정법률상담소도 “2005년에 이르러 배우자의 폭력 등 부당한 대우가 여성들의 이혼상담의 첫 번째 사유로 올라선 것은, 이제는 아내들이 배우자의 어떤 폭력도 용납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처하려는 의식이 상당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가정폭력특별법을 제정·시행해 가정폭력을 범죄로 처벌하고 국가 공권력이 개입하는 등 우리사회에 가정폭력에 대한 전반적인 의식수준이 향상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폭력행사 원인은 성격차이…경제갈등…의처(부)증 순

가정폭력 행위자들의 폭력행사 원인을 살펴보면 성격차이가 25.3%로 가장 많았고, 경제갈등이 24%로 뒤를 이었으며,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함께 의처(부)증으로 인한 폭력행사도 1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갈등의 경우 가정법률상담소는 “실직 또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가정 내에서 해소하려는 경우고 많았고, 이 때 아내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잔소리를 하면 ‘무시’라는 분노의 감정으로 이어져 아내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혼인 초기에 이혼 고려하는 경함 높아져

이혼상담자의 연령도 2003년과 2004년에는 40대가 가장 많았으나, 2005년에는 30대가 34.6%로 40대 32.2%를 앞질렀다.

이는 혼인기간과 그대로 이어졌다. 혼인기간이 11년이 채 되지 않은 경우의 이혼상담이 여성 39.7%, 남성 49.8%나 돼 비교적 혼인기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고 파탄에 이르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가정법률상담소는 “여성과 남성의 초혼 평균연령(2004년 여성 27.5세, 남성 30.6세)을 고려할 때 비교적 혼인 초기에 이혼을 고려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라며 “결혼 전 교육과 혼인전반기 부부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케 해 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혼상담자들의 혼인 기간을 살펴보면 11년이 되지 않은 여성이 39.7%, 남성은 49.8%로 집계돼 비교적 결혼 초기에 이혼을 고려하는 추세를 보여준다고 가정법률상담소는 설명했다.

교육정도는 남녀 모두 고졸(여성 41.5%, 남성 33.9%)이 가장 많았고, 직업별로는 여성은 주부가 54.1%, 남성은 회사원이 24.5%로 가장 많았다.

혼인 형태별로는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의 이혼상담이 84.3%(2982명)로 가장 많았지만, 재혼 가정의 이혼상담 비율도 13.6%나 됐다. 가정법률상담소는 “이혼율 증가에 따른 재혼율 증가와 함께 재혼 가정의 재이혼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가정법률상담소는 “남성 초혼-여성 재혼의 이혼상담이 2003년 이후 매년 증가해 2005년에는 3.5%에 이르렀다”며 “이는 근래 들어 사회적으로 초혼 남성과 재혼 여성의 혼인 수가 증가한 양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부부갈등 상담, 여성은 줄고 남성은 증가

한편 이번 조사결과 중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여성들의 부부갈등 상담은 매년 감소하는 반면 남성들의 부부갈등 상담은 2002년 38.5%에서 2005년 47.6%로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가정법률상담소는 “이는 여성의 부부갈등 상황이 줄었다기보다는 부부갈등이 발생했을 때 남성들이 과거에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았어도 형식적이나마 부부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담을 통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부부상황에 직면함과 동시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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