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교수단체 등은 공동성명서에서 “이 법안은 로스쿨의 설치를 극도로 제한해 배출되는 변호사의 수를 철저하게 통제하려는 기존 법조인의 이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법학교육 및 법조인양성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교육부장관이 법조단체들과 협의해 정하도록 해 처음부터 법조인에 의해 수의 규모가 제한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높은 설립기준을 제시해 원천적으로 설립을 불가능하게 했으며, 설립 기준을 충족시킨 경우에도 인가해 주지 않을 수 있는 규정(법안 제6조)과 심지어 인가 후 변호사단체가 평가주체가 돼 로스쿨 인가취소를 건의할 수 있게 하는 등 로스쿨 제도 전반에 정원 확대를 저지하는 장치가 중첩적으로 배치돼 있다”고 강조했다.
법학교수단체 등은 이어 “로스쿨 도입의 본래 취지는 수준 높은 법률가를 대량으로 배출해 우리사회에 필요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들을 위해 변호사의 문턱을 낮추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로스쿨 법안은 자율과 상호 경쟁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배타적·독점적 법조인양성 시스템으로 학벌폐해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가난한 사람의 법학교육에 대한 접근 자체가 봉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새로운 법학교육제도는 가난한 사람의 법학교육기회를 박탈하는 제도가 돼서는 안 된다”며 “그러나 로스쿨 법안은 이런 기본적인 원칙조차 전혀 담아내지 못한 퇴행적인 법안이며, 결함이 너무나 많아 한두 개의 조문을 개선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학교수단체 등은 이날 로스쿨 법안의 성안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교육부에 폭넓은 의견수렴을 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로스쿨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관심 그리고 교육계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할 때 로스쿨 법안의 성안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개추위는 단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로스쿨 도입 방안이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 아닌데도 이런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4월 21일 공청회에서 신민단체 대표, 언론인, 교수 등 다수의 토론자가 법리적인 이유를 들어 로스쿨 인가제 반대, 정원 사전 통제 폐지 또는 정원 확대, 변협 산하에 평가기구 설치 반대 등을 지적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또한 사개추위 실무위원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비판이 있었고 특히 5월 16일 사개추위 본위원회에서도 교육계 위원들의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무추진단이 작성한 원안을 수정 없이 통과시켰다”며 “결국 공청회뿐만 아니라 사개추위의 내부회의까지도 요식행위에 불과했고, 사개추위는 기획추진단이 당초 마련한 방안을 힘을 앞세워 강행 처리한 셈”이라고 비난했다.
법학교수단체 등은 “따라서 교육부는 사개추위가 성안한 로스쿨 법안을 실질적 검토 없이 결재해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통법기관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부터라도 대학,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현장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된 법령안의 기안 작업에 착수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