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여송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신라·신세계면세점에 대한 법원의 임대료 인하 조정안을 거부한 뒤 재입찰을 진행하면서, 조정안을 수용했을 때보다 향후 수입이 3279억원 적을 것으로 추산됐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33년 6월까지 법원 조정안을 수용했을 경우 예상 임대수익은 3조6544억원이다. 반면 조정안을 거부하고 롯데·현대면세점과 새로 계약한 경우 예상 임대수익은 2조9452억원으로, 신라·신세계로부터 받은 손해배상금 3813억원을 더해도 3조3265억원에 그친다.
◆ 기존 사업자엔 인하 거부, 재입찰선 임대료 약 40% 하락
신라·신세계면세점은 2022년 말 공고된 입찰을 거쳐 2023년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확보했다. 신라는 DF1 구역에 여객 1인당 8987원, 신세계는 DF2 구역에 9020원의 객당 임대료를 제시했다. 이는 공사가 제시한 예정가 5346원과 5617원의 각각 168%, 161% 수준으로, 예정가보다 68%, 61% 높은 금액이었다.
두 회사는 2023년 7월 영업을 시작해 2033년 6월까지 사업권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계약에는 경제 환경 변화나 여객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면세시장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자 두 회사는 2025년 4~5월 법원에 임대료 40% 감액 조정을 신청했다. 법원은 신라의 객당 임대료를 6717원으로 약 25%, 신세계는 6568원으로 약 27% 인하하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다.
공사는 기존 계약의 공정성과 다른 사업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2025년 9월 이의신청을 내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후 신라와 신세계는 사업권 반납을 결정하고 각각 1902억9000만원과 1909억9000만원, 총 3812억8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납부했다. 다만 실제 영업은 신규 사업자로의 인계를 위해 2026년 3~4월까지 이어졌다.
이후 공사는 2025년 12월 재입찰 공고를 내면서 최저수용가능 객당 임대료를 DF1 5031원, DF2 4994원으로 설정했다. 기존 입찰 예정가보다 각각 5.9%, 11.1% 낮은 금액이다.
공사는 당시 공식 자료에서 최근 소비 및 관광 트렌드 변화와 면세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반영해 최저수용금액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학재 당시 사장도 면세업계의 더딘 회복세를 고려해 가격 기준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재입찰 결과 롯데면세점이 DF1을 5345원에, 현대면세점이 DF2를 5394원에 확보했다. 기존 신라·신세계의 낙찰가보다 각각 약 40.5%, 40.2% 낮은 수준이다.
새 사업자의 낙찰가는 신라·신세계가 당초 요구했던 40% 인하 금액인 5392원과 5412원보다도 각각 47원과 18원 낮았다. 롯데의 DF1 낙찰가는 공사가 기존 입찰에서 제시한 예정가 5346원과 불과 1원 차이였다.
기존 계약의 임대료 감액과 신규 경쟁입찰의 가격 설정은 성격이 다르다. 재입찰에서는 일부 매장 구성도 변경됐다. 다만 공사가 기존 사업자의 경영 상황을 이유로 한 감액 요구에는 계약 준수를 강조하면서, 후속 입찰에서는 달라진 면세시장 환경을 반영해 가격 기준을 낮췄다는 점에서 판단의 일관성과 재무적 효과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 손해배상금 더해도 조정안보다 3279억원 적어…반환소송까지
장 의원실이 공사 제출자료를 토대로 비교한 2027년부터 2033년 6월까지의 예상 임대수익은 종전 계약을 유지했을 경우 4조9385억원, 법원 조정안을 수용했을 경우 3조6544억원이다.
구역별로 보면 신라에서 롯데로 사업자가 변경된 DF1의 예상 수입 차이는 1923억원, 신세계에서 현대로 변경된 DF2는 1356억원이다.
다만 3279억원은 확정된 회계상 손실이 아니라 의원실이 2027년부터 2033년 6월까지의 임대수익과 손해배상금을 비교한 금액이다. 2025~2026년의 현금흐름과 조정안 수용에 따른 다른 사업권의 영향 등을 포함한 전체 재무적 효과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손해배상금 반환소송도 변수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납부한 약 1903억원의 손해배상금이 과도하게 산정됐다며 올해 5월 20일 공사를 상대로 1065억원 규모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개 보도된 청구액 전부가 인용될 경우 손해배상금을 포함한 비교 수입은 3조2200억원으로 줄어든다. 조정안 수용 때보다 4344억원 적은 금액이다. 현재 재판 결과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실제 반환 여부와 금액은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 '계약 공정성·배임 우려' 내세웠지만…재입찰 가격 하락 전망도 제시
공사가 조정안을 거부할 당시 내세운 주요 근거는 입찰 공정성과 계약 준수 원칙이었다.
공사는 2025년 8월 기존 사업자들의 임대료 감액 요구에 대해 고가 투찰로 사업권을 확보한 뒤 경영 악화를 이유로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것은 기업의 경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공사의 주장에는 당시 입찰 경쟁 상황에 따른 근거도 있었다. 법원 조정안에서 제시된 DF1 6717원과 DF2 6568원은 2023년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의 응찰가 6738원과 7224원보다 낮았다. 중국면세품그룹(CDFG)이 당시 제시한 7388원과 7833원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공사 입장에서는 법원 조정안을 받아들이면 기존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해 사업권을 확보한 업체가 결과적으로 탈락 업체보다 낮은 임대료를 적용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공사는 2025년 6월 24일 법무법인 율촌·화우의 법률자문도 받았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당시 자문에서는 재입찰 임대료 수준을 미리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정에 응할 경우 배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고, 향후 과다 투찰을 유발하는 등 입찰 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시됐다.
그러나 공사가 법원 조정안을 거부하기 전 재입찰에 따른 임대료 하락 가능성을 보여주는 감정 결과가 이미 공개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2025년 8월 신라·신세계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선정한 삼일회계법인은 재입찰 시 임대료가 기존보다 약 40%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같은 달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해당 전망과 실제 재입찰에서 형성된 가격의 하락 폭은 상당 부분 일치했다.
공사는 당시 감정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2025년 8월 20일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삼일회계법인은 신라·신세계 측 법률대리인이 선정한 기관이며, 업체들이 제공한 자료를 별도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실제 재입찰에서는 과거 탈락 업체였던 롯데면세점이 DF1 사업권을 확보했다. 롯데가 2023년 제시한 6738원보다 약 20.7% 낮은 5345원에 다시 사업권을 확보했다는 점은 면세시장 상황과 입찰가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 이학재 재임 중 조정 거부·재입찰…경영 판단 책임론 부상
이번 면세점 임대료 논란의 주요 의사결정은 이학재 전 사장 재임 기간에 집중돼 있다.
이 전 사장은 2023년 6월 취임해 2026년 3월 20일 면직됐다. 신라·신세계의 임대료 감액 요구에 대한 법률자문과 법원 조정안 거부, 신규 입찰의 최저수용금액 설정 및 재입찰 공고가 모두 이 전 사장 재임기에 이뤄졌다.
롯데·현대가 새 사업자로 선정된 것도 이 전 사장의 공식 재임 기간이었다. 관세청은 올해 2월 26일 특허심사 결과에 따라 DF1 사업권에 롯데, DF2 사업권에 현대를 각각 선정했다.
이후 4월 신규 계약 체결과 5월 호텔신라의 손해배상금 반환소송 대응은 김범호 부사장의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진행됐다.
조정안 거부에 따른 최초 의사결정의 책임은 당시 경영진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현재 경영진에는 새로운 계약의 수익성과 소송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은 상황이다.
장종태 의원은 조정안을 수용했다면 3조6544억원의 수입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거부 후 손해배상금까지 합산한 금액은 3조3265억원에 그친다며, 공사가 스스로 약 3300억원의 수입을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어 공사가 조정안을 거부한 판단 경위와 수입 비교 여부를 보고하고, 과도한 낙찰가를 걸러낼 기준과 계약기간 중 임대료 조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9월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으며, 현재 김범호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정안 거부 당시의 의사결정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향후 임대료 산정과 계약 관리 기준을 어떻게 정비할지가 현 경영진과 차기 사장의 과제로 남았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신라·신세계 25% 인하 거부한 인천공항, 재입찰선 40% 낮아져…배상금 3813억에도 예상 수입 3279억 ↓
법원 조정안 수용 시 3조6544억…재입찰·손해배상금 합산 3조3265억재입찰 임대료 하락 전망에도 조정 거부…수입 비교 검토자료는 제출되지 않아
이학재 체제서 조정 거부·재입찰 결정…김범호 직무대행, 반환소송 대응 과제 기사입력:2026-10-22 0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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